“여소야대 국회서 보자” 꿈쩍않는 교육청… 2野 “감사원 본분 잊은 靑 코드 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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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감사]감사 결과 이행 강제할 수단 없어
“정부책임 문제 20代 국회서 논의”… 교육감協, 당선자들 상대 여론전

감사원이 사실상 교육부의 손을 들어 줬지만 누리과정을 둘러싼 중앙 정부와 시도 교육청 간 대립이 바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시도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바닥나기 시작하면 해당 교육청은 보육 대란에 따른 여론의 악화 때문에 예년처럼 예산을 추가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력 없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좌파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정부와 짜 맞추기’ 감사라는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했던 누리과정 특별회계법이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데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여서 하반기에도 누리과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 반발하는 교육청 “예산은 정부 책임”

예상대로 시도 교육청들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입장 자료를 내고 “누리과정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정부가 재정을 부담하겠다는 여당의 의지와 약속이 있었던 사업”이라며 “유초중고 교육을 모두 책임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까지 부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보육대란을 막기 위한 재정이 현실적으로 부족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인상하거나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누리과정 비용을 교육청의 의무 지출 경비로 규정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등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감사원은 법률을 해석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법률에서 규정한 것을 시행령으로 뒤집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강제력 없는 감사의 한계

감사원은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거부해도 강제로 이행하게 할 방법이 없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그 자체로 확정되거나 기속력을 가진 것이 아니어서 감사 대상 기관에서 결과를 받아들여 실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필요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4조130억 원 중 23일 기준으로 확보됐거나 편성이 예정된 금액은 2조5290억 원(62.3%)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12개월 치가 모두 확보됐거나 추경 등으로 확보가 예정된 지역은 부산 대구 울산 충남 대전 세종 경북 등 7곳이다. 전남 충북 경남 제주 인천 서울 등 6곳은 3∼10개월분의 어린이집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고, 광주 경기 강원 전북 교육청은 어린이집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들도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공감하고 있고, 당초부터 우선순위의 문제였던 만큼 감사원의 판단을 계기로 미래 지향적으로 예산 편성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특별법 무산으로 수세 몰린 정부

하지만 하반기 누리과정 예산의 향배는 여소야대 정국과 맞물려 있다.

20대 국회에서 다수인 야당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싸늘한 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감사 결과는 대통령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는 것은 도외시 한 채 오로지 청와대와 교육부의 입장만 반영한 ‘청와대 코드 감사’, ‘청와대 심기 감사’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여소야대 국면을 활용해 20대 국회에서 한층 공세적으로 “중앙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라”고 압박할 태세다. 진보 교육감들도 보육비 미지급으로 발생하는 현장의 반발을 감안해 추가적인 예산 편성 노력은 하겠지만, 중앙 정부와는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만나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해 국가에서 미래 지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시행령 문제, 국고 지원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최예나 기자·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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