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수막 어디로… 재활용-폐기물 운명 제각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송파-서초, 앞치마 에코백 만들어 복지시설에 기증… 판매 사업도
강동-강남구는 수거-소각에 골치… “장기적인 폐자원 활용정책 필요”

15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물품보관소에서 송파구 직원들이 수거한 선거 현수막을 이용해 재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폐현수막은 앞치마, 줄넘기, 시장바구니로 다시 태어난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15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물품보관소에서 송파구 직원들이 수거한 선거 현수막을 이용해 재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폐현수막은 앞치마, 줄넘기, 시장바구니로 다시 태어난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그 많던 선거 현수막은 다 어디로 갔을까.

뜨거웠던 총선 열기만큼이나 사흘 전까지 도로변에는 선거 홍보 현수막이 가득했지만 15일 거리에서는 현수막이 자취를 감췄다. 지역구 후보자들의 당락처럼 현수막의 운명도 제각각이었다. 동아일보는 14, 15일 사라진 현수막 뒤를 따라가 봤다. 일부 현수막은 앞치마 등으로 다시 태어나지만 그렇지 않은 현수막은 소각장에서 태워졌다.

15일 서울 송파구 광고물정비팀 직원들은 길거리에 걸려 있는 선거 현수막을 걷어내느라 오전부터 잠실 사거리에서 오금 사거리까지 바삐 움직였다. 수거한 선거 현수막은 앞치마, 화분, 선풍기 덮개, 줄넘기 등으로 새로 태어나 학교나 복지시설에 기증된다. 김호전 송파구 광고물정비팀장은 “현수막이 많아 버겁기도 하지만 재활용 재료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선거 직후”라고 말했다.

서초구에 걸린 현수막 역시 재활용되고 있다. 서초구는 선거 현수막을 수거하면 양재종합사회복지관이 이를 이용해 앞치마나 에코백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판매 수익금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활에 쓰인다. 박수진 사회복지사는 “선거철이 현수막을 확보할 수 있는 ‘대박’ 기회”라며 “평소보다 2, 3배 많은 현수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처리 비용과 환경 문제도 줄이고 복지관 운영에도 도움이 돼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재활용 계획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현수막은 골칫거리다. 강동구와 강남구는 후보자 사무실에서 걷어가지 않는 현수막은 폐기한다. 강동구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면 늘어나는 폐현수막 때문에 업무량이 많아지고 소각 비용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현수막의 운명이 다른 것은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12년 현수막 재활용 업체 ‘터치포굿’과 폐현수막 재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재활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19, 20대 총선 모두 재활용 업체 2곳을 선정해 각 구에 폐현수막 제공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강제력이 없어 대부분 폐기하는 실정이다. 경기도와 대구시도 특별한 재활용 계획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선거 때마다 현수막 처리로 인해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30억 원에 가까운 처리비용이 발생한다”며 “정부가 일회성 재활용이 아닌 장기적인 폐자원 활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선거현수막#재활용#에코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