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문자 한번에 수백만원… “고지가 저긴데” 돈 전쟁 치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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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2/막바지 총력전]혼전 속 후보마다 “돈… 돈…”

4·13총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후보자들의 ‘돈의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후보자별 평균 법정 선거 비용은 약 1억7600만 원. 그러나 이번 선거가 유례없는 혼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후보자들은 “법정 선거 비용에 해당되지 않는 지출도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 후보들, ‘돈’과 ‘승리’ 사이의 고민

총선에서 법정 선거 비용은 ‘1억 원+(인구 수×200원)+(읍면동 수×200만 원)’이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지만 평균 1억7600만 원 정도다. 그렇다면 후보자들은 이 돈을 어디에 쓰고 있을까.

10일 경기 지역에 출마한 A 후보가 공개한 선거 비용 사용 명세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선거공보 등 인쇄물에 약 3000만 원, 선거운동원 수당으로 약 2300만 원, 유세차 운영에 약 2000만 원 등을 썼다. 현수막, 법정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5회) 등도 만만치 않아 이미 지출이 1억 원을 넘었다. A 후보 측은 “당초 선거 비용 제한액이 1억9000만 원가량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역구 분구가 뒤늦게 확정되면서 1억4000만 원가량으로 줄었다”며 “지출 항목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만, 선거 막바지에 지지율이 오르고 있어 위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 선거 비용의 범주에 포함되는 지출 항목은 득표율이 15%가 넘으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미 3000만 원에 육박한 사무실 및 집기 임차료, 여론조사 비용 등 ‘선거 비용 외 항목’이다. 선거 비용 외 항목은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후보자에 따라 액수가 천차만별이다. 특히 현역 의원은 선거가 있는 해에 후원금을 한도의 2배(3억 원)까지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정치 신인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전직 보좌관 출신 B 씨는 “인지도 상승, 판세 분석 등 다양한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아예 여론조사 기획업체에서 정치 신인들에게 ‘300만 원 들여 여론조사 한 번 하면 인지도가 2%포인트 오른다’며 먼저 접근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도 한 번에 20명 이하에게 보내는 것은 무제한이다. B 씨는 “발송료는 건당 33원이지만, 20명씩 끊어 보낼 수 있는 ‘선거 전화기’를 이용해 1만 명 단위로 보내기 때문에 몇 번만 보내도 1000만 원에 육박한다”라며 “막바지가 되면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해지고, 문자메시지 하나라도 더 보내려고 하는 게 후보 심정인데 그러면 수천만 원의 추가 지출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 눈덩이 같은 ‘예비후보자 등록 전’ 비용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은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당내 경선에서 패한 C 씨는 “총선 1년 전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최소 2억 원가량은 있어야 한다”며 “공천을 받지 못하면 이 돈은 그냥 날리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발전연구소’ 같은 사무실 하나 두고,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모임에 참석해 얼굴 알리고, 당내 경선에 대비해 조직 관리에 열중하다 보면 돈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고 털어놨다.

후보자 등록 비용 등 ‘등록비’ 성격의 돈도 적지 않다. 특히 상대적으로 재력이 약한 청년 후보들의 고충이 더 크다. 서울 노원을 경선에 참여했다 패배한 더민주당 이동학 전 예비후보(34)는 당내 경선 비용 1500만 원, 선관위 기탁금 300만 원, 당내 공천 심사비 200만 원 등 등록 비용으로만 2000만 원을 썼다. 그는 “예산이 3000만 원밖에 없어 명함 제작과 활동비로 1000만 원을 쓰고 나니 사무실도 못 얻고, 여론조사 한 번 없이 오로지 발로 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후보는 “지금의 선거는 집이 부유한 ‘금수저’가 아닌 평범한 30대는 절대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구조”라며 “젊은층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서라도 각 정당의 공천·경선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단체문자#돈#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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