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선거의 승패와 관계없이 이번 총선이 끝나면 뒷마무리 잘하고 사퇴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공천제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100% 지키지 못한 것으로 당에 일대 혼란이 있었다”며 “당 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 여당 대표가 ‘총선 후 사퇴’를 선언한 것은 막장 공천 후폭풍에 시달리는 한심한 여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김 대표의 임기는 7월 13일까지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려면 1년 6개월 전에 대표직을 떠나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6월 중순까지는 물러나야 한다. 어차피 물러날 대표직인데 ‘당 대표 책임’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의 사의 표명은 친박(친박근혜)계가 어차피 당 대표 사퇴 요구를 할 것이므로 ‘선제적 방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에 이어 대구를 찾은 김 대표에게 ‘옥새 보이콧’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된 이재만 전 예비후보의 지지자들이 몰려가 위력시위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지자들은 김 대표에게 “대구를 떠나라” “자폭하라”는 구호와 함께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김 대표의 차 앞에 드러눕거나 차 위에 올라타 경찰에 의해 끌려 내려왔다.
대구 동갑에 단수 추천을 받은 진박(진짜 친박) 정종섭 후보는 한술 더 떠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했다. “우리가 뽑은 박근혜 대통령이 많은 일을 피를 흘리며, 예수가 십자가를 지듯 어려운 언덕을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 좌장인 최경환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도 어제 “나부터 친박이라는 표현을 않겠다”면서도 “대구는 박근혜 정부의 심장이다. 심장에 작은 구멍 하나 나면 결딴난다”고 했다. 새누리당 후보의 전원 당선을 촉구한 말이지만,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이다.
본보와 시대정신연구소 조사 결과 유권자 10명 중 4명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당 지지층이 많은 60세 이상 부동층 비율(37.2%)이 40대(33.9%)나 50대(33.3%)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막장 공천에 따른 정치혐오 현상으로 분석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어제 “지역에서 (후보자 간) 연대가 이뤄질 경우 당에서 적극적으로 연대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며 국민의당을 압박했다. 지지율이 열세인 국민의당에선 부정적이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단일화 폭풍은 이번 총선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벌써 본선 레이스에 집중하는 야당과 아직도 공천 전쟁의 앙금을 털지 못하는 여당의 승부는 이미 판가름 났는지도 모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