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반격 10분만에… 이한구 “바보같은 소리” 되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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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27]새누리 공천 내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긴 침묵을 깨고 공천관리위원회를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관위의 단수 및 우선추천 지역 선정에 대해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김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지 10분이 채 안 돼 “공관위의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가 이 위원장과 정면 대결을 택할지, 아니면 상향식 공천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 속에 출구전략을 마련할지 18일 최고위원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공세 나선 김무성

김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한 달 가까이 지켜본 ‘공관위의 독주’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전날 공관위가 의결한 단수 및 우선추천 지역 선정에 대해 “국민공천제 취지에 반하는 전략공천의 성격이 있다”며 다음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정된 최고위를 하루 연기한 건 냉각기를 갖겠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1등 한 후보를 탈락시키고 2등에게 단수추천이 돌아간 지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전날 단수추천된 서울 은평을(유재길 후보)과 마포갑(안대희) 송파을(유영하), 대구 동갑(정종섭) 달성(추경호), 경기 성남 분당을(전하진) 등을 지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주호영 의원의 재의 안에 대해 공관위원 11명 중 7명만 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의 요구를 거부한) 이 위원장이야말로 바보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이 여론조사에서 2등이 단수추천됐다는 김 대표의 지적에 대해 “웃기는 소리다. 여론조사로 다 결정할 거면 우리(공관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바보 같은 소리”라는 주장을 재반박한 것이다.

당헌·당규상 의결 조건인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또 “어떤 지역은 현역 남성 의원이 있는데 굳이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정하고, 여성 국회의원(후보를 잘못 말한 것으로 보임) 지역은 경선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이 모든 게 우리 당이 정한 상향식 공천 원칙에 반(反)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용산을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정해 진영 의원을 컷오프 시킨 것과 송파을에 나선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의 컷오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 코웃음 친 이한구

이 위원장은 김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단수 및 우선추천 지역은) 사무총장과 부총장이 참여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당헌·당규를 위반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분당을을 예로 들며 “(단독후보로 추천된) 전하진 의원은 임태희(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장)와 비교가 안 된다. (분당을에는) 판교가 있어 창조경제의 본거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전 의원을 단독후보로 추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대구지역 3선인 서상기, 주호영 의원을 컷오프 시킨 것에 대해선 “대구에서 (현역 의원을) 빼낼 데가 어디 있느냐. 두 사람밖에 없다”며 “두 사람 다 실컷 해먹었잖아. 그런데 지금 4선까지 하겠다는 건 무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김 대표를 향해 “알아듣는 척하더니 저런 식”이라며 불쾌해했다. 이날 점심 무렵 서청원 최고위원과 함께 김 대표를 만나 지역구별 상황을 상세히 설명할 때는 말이 없다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 ‘유승민 폭탄 돌리기’


여권 공천 내전(內戰)의 마지막 뇌관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는 이날도 결정되지 못했다.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전 원내대표 문제를 논의하려 하자 김태호 최고위원은 “공관위가 결정하지 못한 것을 최고위에서 먼저 논의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막아 결국 아무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면서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 위원장은 “여러 방면에 의견을 수렴한 뒤 언젠가 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 기자
#김무성#이한구#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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