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쳐낸 김종인의 칼… 李 “정치보복” 文 “할말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총선 D-29]더민주 컷오프 갈등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칼끝’이 결국 친노(친노무현) 진영 핵심인 이해찬 의원(6선·세종)을 정조준했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이 의원은 정치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됐다.

더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4일 이 의원과 이미경(5선·서울 은평갑), 정호준 의원(초선·서울 중-성동을) 지역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요청하면서 이들 3명은 공천에서 배제됐다.

○ 김종인, “내가 악역 맡겠다”

김 대표는 이날 이 의원 공천배제 발표 직전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전체 선거판을 위해 (이 의원의) 용퇴가 불가피하다. 명예롭게 용퇴했으면 좋겠다”며 “중요한 지도자를 배제하는 악역을 누가 맡겠느냐. 제가 책임을 지고…이제 결단을 하자”고 했다고 한다.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신중론이 제기되자 그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도자라면 억울한 측면이 많아도 전체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 관계자는 “시간을 주면 이 의원이 스스로 용퇴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티자 결국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대표비서실장은 12일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이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세종시에 후보를 못 내는 상황에서 반강제로 모셔온 분 아니냐. 세종시엔 이 의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다만 “이번 결정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두 가지 측면을 다 고려해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13일 밤 문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의 ‘암묵적 동의’하에 컷오프를 결단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관위는 공석이 된 세종시에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을 염두에 두고 여론조사도 실시했지만 김 전 실장은 “전혀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친노, ‘강력 반발’…文은 ‘침묵’

이 의원의 컷오프에 친노 진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배재정 의원은 “당원들을,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김현 의원은 “이 의원이 물러나야 친노 패권 청산이냐”고 물었고, 이학영 의원은 “이건 비극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유를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김용익 의원은 “김종인 대표님, 선거관리를 잘하시라고 영입했지, 당을 뒤집어 놓으라고 모신 건 아니다”라며 “할 일과 안 할 일을 구별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해찬 이미경 날려 놓고 한다는 설명이 정무적 판단이란다”며 “입만 열면 친노 패권 어쩌고 하더니 패권이 뭔지 정말 제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 의원 측도 당의 공천 배제 결정 직후 세종시당에서 회의를 갖고 “불의(不義)의 결정이다. 김 대표의 사심이 작용한 오판이자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시 정치 신인이었던 이 의원은 평민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민주정의당 후보로 나선 김종인 대표를 꺾고 국회에 입성해 내리 5선을 했다. 이 의원은 조만간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선 이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 의원 컷오프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공천 확정 현역 의원

유승희(서울 성북갑) 이찬열(경기 수원갑) 은수미(경기 성남 중원) 김경협(경기 부천 원미갑) 강창일(제주 제주갑) 박민수(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는 결선투표 예정

한상준 alwaysj@donga.com·우경임 기자
#김종인#더민주#컷오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