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반기든 김한길 “우리당만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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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서라면 우리 당은 그야말로 ‘광야에서 모두 죽어도 좋다’는 식의 비장한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당의 기득권 타파와 3당 체제 확립이라는 목표를 강조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안 대표는 전날 “새로운 나라, 새로운 땅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며 “저를 포함해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 있다. 그래도 좋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야권이 개헌 저지선 이상을 지키는 일은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지키는 일”이라며 “우리당만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되지 않겠냐”고 밝혔다. 또 “안 대표가 말한대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가 꼭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안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진 발언 순서에서 안 대표는 “저희들의 목표는 기존의 거대 양당구조를 깨는 일”이라며 “이런 퇴행적인 새누리당의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그런 결과를 국민들께서 주시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반격했다. 또 “무조건 통합으로 이기지 못한다”며 “이미 익숙한 실패의 길일뿐”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발언자들은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안 대표를 거들었다.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은 “우리 국민의당이 제3정당으로서 우뚝 서야 한다”며 “여당의 180석 장악을 저지하는 목표와 우리가 제3당으로서 우뚝 서는 목표는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공동선대위원장도 “며칠 동안 정말 정주영 회장이 현대 사원들에게 했다는 그 말이 정말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해보기는 했어?’”라며 “우리가 당을 만들어서 지금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해보지도 않고 주저하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내부에서 차분한 논의를 거쳐 ‘통합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하지만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을 위해 있는 당이 아니다. 나라와 역사를 위해 존재하는 당”이라고 말했다. 당 대 당 통합은 결론이 났지만 수도권 연대 등 야권 연대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거 사령탑’인 김 위원장이 ‘당의 얼굴’인 안 대표에게 반기를 들면서 국민의당은 또 다시 동요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도 당에서 공식 결론을 낸 ‘당 대 당 통합’ 논의보다는 수도권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안 대표는 수도권 연대도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천 대표와 김 위원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야권 연대 없이 당선되기 어려운 김 위원장의 개인 사정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는 더민주당 전혜숙 전 의원이 출마할 예정이어서 새누리당 후보를 포함해 3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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