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여야 대표 면전서 “국회 직무유기”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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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메시지
테러방지법 등 처리 지연 질타… “국민이 나서달라” 총선심판론 제기
북한 19회-핵 15회-통일 6회 언급… 北핵실험 이후 ‘대화’ 첫 발언

박근혜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에서 대북 관계와 국내 정치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취임 이후 3년 동안 3·1절 기념사의 중심이 대일 관계였던 것과 대비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우선순위가 북핵 문제와 핵심법안 처리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진실’과 ‘국민’ 앞세워 국회 질타

박 대통령은 먼저 북한의 위협, 어려운 경제 여건,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테러방지법과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을 처리하지 않는 국회를 향해 “거의 마비” “직무유기”라고 성토한 뒤 “정쟁에서 벗어나 국민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나서 달라”고 날을 세웠다. 또 “왜 국민이 ‘민생 구하기 서명운동’에 나서야 했는지에 대해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며 국회를 압박했다. 기념식장에 참석한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앞에서 국회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국민을 향해서는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 달라” “나라가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항상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4·13총선을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국민 심판론’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는 대목에서는 지난해 11월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연상됐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국회가 전날 테러방지법이라도 처리했다면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낮아졌을 것”이라며 “국회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답답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에서 북한으로’ 우선순위 전환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의 3분의 1가량을 대북 관계에 할애했다. 기념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도 ‘국민’(21회) 다음으로 ‘북한’(19회)과 ‘핵’(15회)이었다.

박 대통령은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며 대북 압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북한과)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6차례 ‘통일’을 언급했다.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이 남북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핵을 포기해도 북한이 생존할 길이 있다는 차원에서 대화를 언급한 것”이라며 “대화가 아니라 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해석했다.

일본과 관련한 발언은 자제했다. 기념사에서 ‘일본’은 3회, ‘위안부’는 2회만 등장했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의 과거사 외면과 역사 퇴행을 비판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교과서 왜곡, 독일과 다른 역사 반성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만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3·1절 특성상 대일 관계를 중점 언급하면서 부차적으로 대북 관계를 이야기해 왔는데 올해는 대북 메시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그만큼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무겁게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조숭호 기자
#3·1절#박근혜#대통령#메시지#국회#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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