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은수미, 필리버스터 중 실업급여 얘기하다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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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필리버스터 진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연설 주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필리버스터 진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연설 주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금 토론자가 테러방지법과 관련이 없는 (실업)급여를 가지고 (발언)하는데 제재가 있어야 할 걸로 생각하는데요.”

47년만에 국회에 다시 등장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시작된 지 11시간이 넘어가던 24일 오전 6시 23분,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발언 도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같은 당 소속으로 의장석을 지키던 정갑윤 국회부의장을 향해 외쳤다. 의제 외 발언은 금지하도록 되어 있는 국회법 102조를 은 의원이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2시 30분부터 4시간 가까이 발언을 이어가던 은 의원은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노동개혁5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실업급여법안 논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홍 의원의 항의가 나오자 은 의원은 당황한 듯 “테러예방국에 의하면 테러 예방 조치는 7가지 있다”며 화제를 돌렸다. 정 부의장은 은 의원을 향해 “의제 외 발언은 금지돼 있으므로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의제 외 발언은 가능한 삼가달라”며 경고했다.

하지만 은 의원은 의장석을 향해 뒤돌아 정 부의장의 경고에 항의했고 자리를 지키고 있던 더민주당 의원 10여 명도 홍 의원에게 “발언 방해하지 말라”며 소리쳤다. 홍 의원은 “국민들이 보고 있단 사실은 토론자들도 분명히 알고 하시라”며 맞받아쳤다. 지켜보던 더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 부의장 앞으로 뛰쳐나가 “취지에 어긋나는 개입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오”라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순번을 정해 본회의장을 지키던 새누리당 측 홍 의원과 더민주당 의원들 간의 소란은 3분 뒤 마무리됐다. 하지만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도 (이번이) 처음이지만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데 동료 의원께서 자리에 일어나 거의 소리를 지르며 문제제기하는 경우도 처음이다”라며 굽히지 않았다.

더민주당에서 두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은 의원은 이날 발언 중 오전 3시 10분부터 53분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댓글을 읽는 데만 43분을 할애하기도 했다. 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준비할 시간 없이 필리버스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여기에 올라온 내용(댓글)을 받아 국민의 의견으로 발표하겠다”며 댓글 의견을 받았다.

은 의원은 이날 발언 도중인 오전 6시 40분 갑자기 휴대폰 알람이 울려 잠시 발언을 멈추기도 했다. 은 의원은 “제가 알람을 맞춰가지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차길호기자 ki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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