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살리기’ 빨간색 재킷 입고… 국민 38회, 경제 34회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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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대국민 담화]70분 일문일답
여유있는 모습으로 질의 - 응답

13일 오전 10시 반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은 부은 듯했다. 북한 4차 핵실험 등으로 과로가 이어져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약 100분간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박 대통령은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소화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 실시됐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동생 박지만 씨와 측근들에 관해 발언을 하면서 다소 흥분했던 모습과 대비됐다. 단상에서 기자단 좌석까지의 거리를 지난해 3m에서 올해는 약 2m로 줄였고, 회견 후엔 기자실을 찾아 소통 노력을 기울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문답 과정에서 한 명의 기자가 여러 개의 질문을 던지면 꼼꼼히 체크해 가면서 놓치지 않고 모두 답변을 했다. 사회를 맡은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답변이 끝난 것으로 여기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다 박 대통령이 답변을 계속하자 머쓱해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경제성장률과 가계부채, 환율 급등, 수출 경쟁력 강화 등에 관한 질문에 길게 답변을 마친 박 대통령은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그래도 기억을 하지, 머리가 나쁘면 (질문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웃으며 농을 던졌다. 답변을 듣던 청와대 참모진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국회에서 노동개혁법안 통과가 끝내 안 될 경우 묘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이런 것을 (기자) 여러분에게 한번 질문을 드리고 싶다”며 역(逆)질문을 했다.

‘규제 프리존 특별법도 경제활성화법에 포함시켜 조속히 처리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는 “어휴”라고 미소 띤 얼굴로 한숨을 쉰 뒤 “지금 같은 세월에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되겠느냐. 참 (법안을) 만들기도 겁난다”고 답했다. 분위기는 가벼웠지만 쟁점 법안 처리에 지지부진한 국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발언이다.

때로는 몸짓으로 절박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정말 간곡히 부탁한다”며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정말’이라는 단어는 당초 원고에 없었지만 박 대통령이 간절함을 강조하기 위해 즉석에서 포함시켰다.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으로 38차례 등장했다. 이어 ‘경제’(34차례), ‘일자리’(22차례), ‘개혁’(21차례) 순이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10차례나 등장했던 ‘통일’은 올해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상징하는 빨간색 재킷을 입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경제를 활력 있게 살려야 한다는 뜻으로 열정의 색깔인 빨간색 옷을 입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송찬욱 기자
#대국민담화#박근혜#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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