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연과 연대 없다” 말고 안철수新黨 비전 제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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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8일 만인 어제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하겠다”며 2월 초까지 독자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청산해야 할 사람들과는 연대하지 않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자신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새정치연합을 ‘혁신을 거부한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는 없을 것임을 예고한 것은 친노(친노무현) 패권을 비판하면서도 ‘허허벌판’으로 나서기 망설이는 야권 인사들에게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를 놓고서 양자택일(兩者擇一)하라는 분명한 경고로 들린다. “호남의 신당세력과의 연대는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친노 운동권 출신, 86그룹과는 분명히 선을 긋고 새정치연합에 실망한 ‘호남 민심’을 기반으로 반(反)친노 연합을 만들겠다는 구상일 것이다.

안 의원이 말한 대로 ‘삶이 힘겨운 보통 사람들’은 민생을 팽개치고 국회의원 특권은 한사코 움켜쥐고 있는 기성 정치권에 실망이 크다. 진보든 보수든, 안 의원 말대로 ‘수구적 생각을 갖지 않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인물을 모은다면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개헌 가능 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무조건 막겠다”는 포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작년 1월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당시 민주당과 연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전력이 있다. “지역주의 기득권 정당 구도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6월 지방선거에 17개 시도지사 후보를 다 낼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놓고 두 달도 안 돼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선언해 ‘또 철수(撤收)’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젠 ‘강철수’가 됐다고 했지만 17일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낡은 정치를 바꾸지 못하면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믿기 어렵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철수 신당’이 정권 교체할 각오라면 “연대 없다”에 머물 것이 아니라 창당 비전을 내놔야 한다. 어제 안 의원은 “최우선 과제는 새로운 시대 요구와 새 정치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 정도 외엔 밝힌 게 없다. 아직도 새 정치가 뭔지 분명히 하지 못한 채 호남의 반노(반노무현), 반문(반문재인) 정서만 믿고 정치권 이합집산을 통해 정당 국고보조금이나 받으려고 한다면 ‘헌 정치’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안철수 탈당#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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