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도둑놈 - 천덕꾸러기로 전락… 간부들 패가망신 않도록 절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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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해군 170명 전원 집합시킨 해군총장, 잇단 비리 개탄
“제2창군 각오로 명예 다시 찾아야”

“더이상 물러설 곳도, 떨어질 곳도 없다. ‘제2 창군’의 각오로 해군 재건에 내 직을 걸고 모든 것을 다할 테니 적극 동참해 달라….”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방위사업청 대회의실. 정호섭 해군참모총장(대장·사진)이 방사청에 근무하는 170여 명의 해군 관계자들에게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2월 말 취임한 정 총장이 일선 부대 점검에 나선 자리였다. 해외 출장 등 긴급업무를 제외한 방사청 소속 해군 관계자가 모두 참석했다.

정 총장은 40여 분간 전현직 해군 관계자들이 연루된 방산 비리와 고위 장성들의 일탈 행위로 해군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개탄했다. 해군이 ‘도둑놈’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참담한 상황과 ‘해군 해체’ ‘해사마피아’ ‘난파선’ 등 각계에서 쏟아지는 질타도 직접 언급했다. 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회의실에는 침묵이 흘렀다고 한다.

그는 먼저 “극히 소수가 해군 군복을 입고 방사청에 근무하면서 비리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해군이 국민의 신뢰는 고사하고 지탄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된 데 총장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어쩌다 이 상황까지 왔나 생각해보니 명예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거짓과 사기, 도둑질로 국가예산을 가로채고 낭비하는 행위는 결코 축소되거나 은폐될 수 없다”며 “상급자의 비행(非行)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용기가 있어야 해군이 바로 서고, 나라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역에 휘둘리지 말고, 예산을 한 푼이라도 아껴 전력증강 사업을 추진하라는 당부도 했다.

고위 간부들의 권력 남용과 일탈 행위에 대해 준엄한 경고도 했다. 정 총장은 “장성이나 대령 등 고위 간부는 지금부터 모든 권리를 내려놓아야 하고, 그것이 국민과 시대의 요구”라며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패가망신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절제 또 절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부하 여군 성추행 등으로 쫓겨난 해군 지휘관들의 비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결혼한 남자가 남의 여자를 탐하는 함정장들, 처와 자식과 약속한 것은 뭐냐”며 “이 또한 도둑질”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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