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책임 못면해”… 朴대통령, 사실상 경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황기철 해군총장 전격 교체
“조작서류 부실검토… 도의적 책임”
황총장, 국방장관에게 사의 표명

정부가 23일 황기철 해군참모총장(대장·사진)의 전격 교체를 결정한 건 방산 비리의 일벌백계를 강조한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 총장이 해군 수상함구조함인 통영함의 납품 비리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지만 당시 핵심 실무자로 주요 결정에 참여한 만큼 ‘비리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군 고위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이 감사원의 통영함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황 총장의 거취 문제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총장의 교체가 형식상 사의 수용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황 총장은 2008년 12월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취임한 뒤 2009년 12월 미국 H사의 불량 선체 고정형 음파탐지기(소나)가 통영함에 장착되기까지 3차례나 주요 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량 소나를 탑재한 통영함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성능 미달로 실전 배치가 늦어지는 바람에 사고 현장에 출동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군 안팎에선 ‘황기철 책임론’이 부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황 총장을 통영함 비리 관련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그럼에도 해군은 “통영함 비리는 황 총장과 무관하다” “통영함 비리는 어디까지나 실무자 개인 비리”라고 적극 반박했다. 황 총장이 함정사업부장에 취임하기 이전에 통영함의 작전요구성능(ROC)이 결정됐고 시험 평가 결과 적합 판정이 나왔기에 황 총장의 책임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었다.

황 총장 역시 처음에는 비리 연루 의혹을 적극 부인하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17일 감사원이 통영함 비리 감사 결과 발표에서 사실상 황 총장의 인사 조치를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한 직후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상부에서 내 거취 문제 얘기를 들은 바 없다. 업무상 누구를 봐주려 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여 일 뒤 황 총장은 한민구 장관에게 통영함 비리 사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부하들이 조작한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서명해 불량 장비를 도입한 책임이 무겁다는 청와대의 판단과 비판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방산비리#해군총장#교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