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로 국면전환 역부족… 靑실장 인선 부담 더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완구 총리 인준]
후속인사 고민 깊어진 靑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장 교체와 개각 시기를 두고 막바지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7일 인적 쇄신을 마무리할 수도 있고, 설 연휴 이후로 미룬 뒤 더 많은 시간을 두고 후임자를 물색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단 박 대통령은 17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개각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 후속 인선에 부담 커진 박 대통령

이 총리의 국회 인준 절차가 늦어지면서 설 연휴 이전에 인적 쇄신을 마무리한다는 당초 박 대통령의 구상은 꼬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 총리 발탁을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서려던 계획도 어그러졌다. 이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을 속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하면서 후속 인선에 대한 부담만 커진 것이다.

특히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에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어떤 유형의 인사를 발탁할지를 두고 박 대통령이 고민에 빠졌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까지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76)이 비서실장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검사 출신의 현 수석부의장은 5선 의원을 지냈다. 부드러운 이미지에 언론과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라는 점이 부담이다. 나이도 김 실장과 동갑이다. 국정 쇄신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총리가 ‘반쪽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고 내각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까지 감안해야 한다.

비서실장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73)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화합형 인물로 꼽힌다. 다만 박 대통령과 실질적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적어 박 대통령이 최종 낙점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업무 추진력을 비서실장 인선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58)과 권영세 주중국 대사(56)도 꾸준히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황 장관은 꼼꼼한 업무 처리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통합진보당 해산도 이끌었다. 다만 검사 출신인 김 실장에 이어 다시 공안통 검사 출신에게 비서실장을 맡긴다는 점이 부담이다. 자칫 이념 갈등을 부추길 소지도 있다. 권 대사는 내년 4월 총선 출마 여부가 변수다. 출마한다면 올해 하반기 또 비서실장을 교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외에 ‘제3의 인물’이 발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인물난에 개각 폭도 더 줄어들 듯

비서실장 못지않게 장관 후임자 물색에도 상당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 대통령은 최대 4곳 정도 교체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해 국토교통부와 통일부 등이 교체 대상 부처로 꼽혔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 논란으로 정책 혼선을 일으킨 보건복지부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후임자 물색에 난항을 겪으면서 개각 부처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1순위 인사가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이 차순위 인사를 선택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곤욕을 치른 만큼 박 대통령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서실장 교체와 개각을 설 연휴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연휴가 시작돼 국민의 관심이 크지 않은 데다 국면 전환의 ‘골든타임’도 놓친 상황에서 ‘찔끔 개각’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원점에서 재검토를 하면 개각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소폭 개각은 17일 단행하고 비서실장 교체는 설 연휴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이완구#총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