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상징 ‘빨간 마후라’ 창안한 장지량 前공군참모총장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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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군 창설을 주도하고 ‘빨간 마후라’ 상징을 창안한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이 2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육군사관학교 5기 출신인 고인은 1948년 ‘공군 창설 105인’에 참여해 이듬해 육군 항공대가 공군으로 독립 창설하는데 기여했다.

초대 공군본부 작전국장으로 F-51 무스탕 전투기 100대 군사원조 도입과 10개 비행장 확보계획 등을 수립해 공군의 초석을 다졌다. 6·25 전쟁 중인 1951년 8월 지리산 공비토벌작전 당시 해인사로 숨어든 북한군을 격멸하기 위해 미군은 1전투비행단 작전참모였던 고인에게 해인사 폭격을 명령했다.

하지만 고인은 “1400년 된 문화재를 한줌의 재로 만들 수 없다”며 끝내 출격을 거부했다. 그의 결정으로 결국 공습계획이 취소되면서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보존할 수 있었다.

고인은 또 1951년 10월엔 적 대공포에 맞아 전투기에서 비상탈출한 아군 조종사들을 신속히 구출하기 위해 빨간색 마후라(머플러)를 조종사들이 착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빨간 마후라는 한국 공군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고인은 공군사관학교 교장을 거쳐 제9대 공군참모총장(1966~1968)으로 재직하며 F-4 팬텀 전투기 도입 등 공군 현대화와 고속도로의 비상활주로 설치를 비롯한 주요사업을 추진했다. 예편 이후 행정개혁위원회 부위원장, 주 에티오피아, 필리핀, 덴마크 대사, 제10대 국회의원,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국가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수교훈장 흥인장,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미국 공로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장남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등이 있다. 영결식은 4일 공군장으로 엄수되며 봉환식은 같은 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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