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지킨 ‘세월호 장관’… 등돌렸던 유족 마음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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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개각 신호탄]사표 수리된 이주영 해수부 장관
“참사수습 진정성 보여” 평가 속 “해수부 큰 그림 못그려” 지적도

23일 사표가 수리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사진)의 재임 기간은 ‘세월호와 함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4선 중진 의원으로 3월 6일 해수부 장관에 취임한 이 장관은 윤진숙 전 장관의 중도하차로 어수선해진 해수부의 기강을 다잡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취임 42일 만에 세월호 참사를 맞은 그는 장관직을 수행한 293일의 대부분을 세월호 사고 수습에 전념했다.

이 장관은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내려가 8월 말까지 머무르며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을 다독이고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처음에는 정부에 불신을 갖고 있던 유가족 등으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를 묵묵히 감내했다. 또 수염, 머리카락을 다듬지 않고 실종자들의 사진을 양복에 넣고 다녀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7월부터는 “세월호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지만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 수습 외에 해수부 예산 증액,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감시 강화 등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초대형 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중앙 정부부처 수장의 행보로서는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양 강국’을 표방하며 박근혜 정부가 독립시킨 해수부가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을 만한 정책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일찌감치 사의를 표하는 바람에 해수부 인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고 임기 후반에는 다소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24일 오전 퇴임식을 갖는 이 장관은 정치권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업무는 김영석 해수부 차관이 대신한다. 대부분의 해수부 직원은 이 장관의 사표가 수리됐다는 소식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다만 1급 인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장관의 사퇴로 인사가 더 늦춰지는 게 아닌지 술렁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인사가 더 늦지 않게 처리되고, 중점 과제도 서둘러 이행할 수 있도록 해수부 업무에 정통한 인물이 새 장관으로 오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주영 사표#해양수산부 장관#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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