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경위 자살 하루전 80대 노모 찾아가 “죄 지은것 없으니 걱정말라” 결백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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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

故 최경위 발인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도중 자살한 최경락 경위의 발인이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 엄수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故 최경위 발인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도중 자살한 최경락 경위의 발인이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 엄수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다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경락 경위(45)가 자살 하루 전 80대 노모를 찾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유가족에 따르면 최 경위는 12일 새벽 노모를 찾아와 “나는 죄를 지은 것이 없다.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자마자 어머니부터 찾은 것으로 보인다.

최 경위는 9일 오전 자택에서 긴급 체포된 뒤 검찰청과 구치소를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 특히 구치소에 머무는 동안 심하게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가족은 “구치소에 있을 때 오한이 들었는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는 최 경위의 말을 듣고 가족들이 크게 걱정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격앙된 분위기다. 한 유가족은 “없는 사실을 있도록 만드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느낀 본인의 무력함에 힘들었을 것”이라며 “유서에 적힌 대로 이제라도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이제 산 자의 몫이 되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는 최 경위의 발인이 치러졌다. 시신은 화장했고 유해는 서울 마포구 절두산성지에 안장됐다. 유가족과 지인 등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최 경위의 노모는 화장에 들어가는 아들의 관을 부여잡고 “우리 아들 억울해서 어떡하느냐”며 오열했다. 노모는 자살 하루 전 자신을 찾은 아들을 제대로 감싸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경찰관 20여 명도 최 경위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참석했다. 김 전 청장은 빈소가 차려진 명일동성당을 첫날부터 매일 찾았다. 김 전 청장은 2004년 서울 성동경찰서장 근무 때 최 경위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청장 시절 최 경위는 부속실에서 일했다. 최 경위는 공개되지 않은 유서에서 김 전 청장에게 자신의 가족을 돌봐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은 빈소에서 유가족에게 “힘이 없어 죄송하다”고 말하고 후배 경찰들에게 경찰 조직의 무력함을 안타까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인식을 찾은 정보1분실 동료는 “아직 어린 최 경위의 자녀들이 걱정이라 성금 모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 경위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14)과 초등학교 5학년인 딸(11)을 두고 있다.

최 경위와 함께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모 경위(44)는 발인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성진 psjin@donga.com·황성호 기자
#최경위 발인#정윤회 문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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