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이 ‘사실무근’ 단정한 건 잘못… 檢수사 신뢰 떨어뜨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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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원로의 쓴소리]박관용 前국회의장, 靑대응 비판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개입 의혹을 명쾌하게 끊어내지 못한다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개입 의혹을 명쾌하게 끊어내지 못한다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이 부적절했다. 청와대가 누구를 커버(보호)해주는 것처럼 비치면 사건은 더 커진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76)은 4일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을 지켜보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정윤회 동향’ 문건의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은 뒤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박 전 의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 수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박 전 의장은 김영삼(YS)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고 박 대통령과는 한나라당 시절 당 부총재를 같이 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 대선 때도 박근혜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박 전 의장은 “내가 보기에 아직은 내용이 별것 아닌 것 같다”며 “하지만 이런 것이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으로 이어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6월에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상의하는 소규모 그룹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예견했나.

“내가 들은 얘기가 있다. (사실 여부에 대한) 확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가짜도 아니다. 본의와 달리 내가 (‘비선 개입’ 의혹 사태의) 길잡이가 된 것 같아 박 대통령에게 미안하다.”

―야당에선 ‘만만회(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박지만, 정윤회 씨)’를 거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내 말을 인용해 ‘만만회’를 이야기했는데 그건 엉터리야. ‘만만회’라는 것은 없다. 그러면 ‘실세 3인방’이라고 부르든가.”

―실세 3인방을 잘 알고 있나.

“나는 안봉근(대통령제2부속비서관)이라는 사람만 안다. 박 대통령 성격상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가까이하지 않는다.”

―정윤회 씨는 그 모임에 포함되지 않았나.

“난 정윤회는 몰라. 국회의원 시절 박 대통령과 짝처럼 가까이 지냈어도 (정 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문건 파문을 놓고 ‘박지만-정윤회 암투설’이 나돌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지만이는 그런 행동을 못 한다. 지만이는 부인(서향희 변호사)에게도 ‘여기 돌아다니지 마라, 저기 돌아다니지 마라’며 단속을 심하게 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누를 끼치는 행동을 할 수가 없어. 지만이를 견제하는 것은 대통령 가족이니까 청와대의 ‘워치’(감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있을 때 유사한 보고서를 많이 보지 않았나.

“비서실장 할 때 보고서 읽어보면 거짓이 많아. 내가 서울 아현동에 있는 야당 총재 집에 밤 9시 반에 들어가서 11시에 나왔고, 남의 자동차를 타고 다녀왔다고 적혀 있어. 그런 일이 전혀 없는데도. 경찰청장 불러다가 ‘당신들 보고를 봐야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했더니 그 이후 보고서 분량이 아주 줄었어.”

―최근까지 ‘정윤회 비선 개입’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윤회 씨가 정무감각이 있어 일을 잘한다고 한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정 씨를 기용하지 않은 것은 최태민 목사의 사위이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정 씨를 별도로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이재만 안봉근 비서관을 통해 정 씨가 하는 얘기를 전해 들을 수는 있겠지만.”

―정 씨의 정체, 역할이 궁금하다.

“박 대통령은 절도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 씨를 별도로 만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인방 문고리 세력을 잘 모르지만 조금은 이상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가차 없이 자를 수도 있어.”

―YS 비서실장 지내면서 비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누구나 사생활이 있고 절친이 있는 법이다. YS도 아들이 똑똑하니까 얘기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공식 라인으로 두고 해야 한다. 지금도 난 정윤회가 똑똑하다면 (대통령 옆에) 둘 수 있다고 봐. 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로 녹아 들어가느냐의 문제다.”

―박 대통령을 자주 만나지 않나.


“내가 박 대통령과 무척 친해서 박 대통령을 만나 조언해주고 싶었는데 만날 기회가 없다. 부르지를 않아. 작년 가을쯤엔 원로 30명을 불렀더라. 이러면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할 수가 없지. 옆 자리에 이 정권 인수위 고위직 인사가 앉아 있기에 조용히 물어봤어. ‘몇 번째 왔소.’ 그랬더니 이 사람은 ‘처음’이라고 해.”

―다른 조언은 하지 않았나.


“나는 박 대통령에게 ‘국회,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 만나서 소통하라’고 했어. 그런데 비서실장은 전화도 안 받고 꺼놓고 있고. 국회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통령은 마음으로 상대 얘기를 듣는 것이 중요해. 보고서 읽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야.”

―예전에 만났을 때는 어땠나.


“내가 박 대통령에게 예전에 충고 많이 했어. ‘당신은 퍼스트레이디 했지만 나는 국회의장, 비서실장 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나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바른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박관용#정윤회 문건#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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