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출석 당부하더니 날치기 산회… ×개 훈련시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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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국회 더 늘린 국회의장]
鄭의장 성토장 된 새누리 의총

‘반쪽’ 국회 본회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30일 다시 본회의를 소집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오른쪽 야당 의원석은 텅 비어 있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단독 본회의 소집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반쪽’ 국회 본회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30일 다시 본회의를 소집하겠다”며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오른쪽 야당 의원석은 텅 비어 있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단독 본회의 소집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6일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법안 상정 없이 9분 만에 산회를 선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이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하느냐”며 정 의장을 성토했다. 하태경 의원(초선·부산 해운대-기장을)은 의장석에서 내려온 정 의장을 막아서기도 했지만 이내 정 의장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8명 중 최근 구속된 박상은·조현룡 의원과 해외 순방 일정이 있었던 나경원 의원, 문대성 의원 등 4명을 제외한 154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의원 겸직 국무위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4명도 본회의장을 찾아 법안 처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김무성 대표는 산회 직후 의장실로 가 강력 항의했고,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40분가량 이어진 의원들의 격앙된 분위기를 대화체로 정리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정 의장이 25일 오후 6시까지만 해도 ‘법안 처리할 테니 과반 출석 하게 해 달라. 의결 정족수 모이지 않아 회의 무산되면 큰일’이라고까지 말했는데 일방적 회의 진행을 하고 말았다.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고, 의장석 올라가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귀띔을 안 했다. 매우 유감스럽다. 30일 본회의 위해 다시 비상 대기해야 할 상황이다. 지역 행사와 해외 출장 즉시 중단해줘야 한다.”

▽의원들=“(웅성거리며) 정 의장은 뭘 믿고 30일에 하겠다는 건가.”

▽강석호 의원(재선·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오늘 정 의장이 한 말은 하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의장 시켜달라고 애원할 때 모습하고 지금의 모습은 완전히 180도 다르다. 여기 다 (정 의장 뽑았던) 손가락 잘라야겠다. 오늘 본회의에 참석한 154명 국회의원 인격을 모독한 행동을 정중하게 사과하길 요청한다.”

▽조해진 의원(재선·경남 밀양-창녕)=“나는 올봄부터 공개적으로 정 의원이 국회의장 돼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 산회 선포하고 의사봉 두드린 건 날치기다. 날치기로 산회한 거다. 자기 할 말 끝나자마자 해산시키는 게 뭐냐. 이게 민주주의고 의장이 할 일이냐. 오늘부터는 국회의장이 국회 마비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장우 의원(초선·대전 동)=“의장의 폭거를 간과해선 안 된다. 입법권을 지키는 수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않는 의장을 의장으로 인정하는 것도 국회의 수치다. 공식적으로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새누리당 전원의 이름으로 제출할 것을 제안한다.”(의원들 일제히 박수치며 동의)

▽이노근 의원(초선·서울 노원갑)=“(여론을 알아보니) 강행 처리하라고, 그렇게 안 하려면 월급 타지 말라고. 이렇게 분노하고 있다. 이것을 의장도 다 알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참 개탄스럽다.”

▽김 수석부대표=“방금 정 의장이 기습적으로 퇴근한 게 확인됐다.”(의원 일동 어이없다는 듯 웃음 터뜨림)

▽이완구 원내대표=“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원내대표로서 막중한 책임감 느낀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책임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의원들은 “원내대표가 사퇴할 게 아니라 의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즉시 김무성 대표가 연단 앞에 나와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우선 이런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 드린다. 30일로 본회의를 연기한다면 야당이 의사일정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약속 할 수 있는 야당 의원 그 누구도 없다. 이 원내대표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하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원 여러분 이름으로 취소해주시고 발언 반려해 달라.”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이 원내대표는 의총 이후 재차 사퇴 의사를 밝히려고 했지만 원내부대표단이 나서서 적극 만류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를 나서며 “국민께 죄송하고 할 말이 없다. 국회의장이 이런 식으로 국회를 운용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안을 처리한다고 하기에 참석했는데 의장이 며칠 뒤에 다시 하겠다고 집에 가라고 한다”며 “지금 무슨 ×개 훈련시키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강은희 김동완 김한표 심윤조 윤명희 이채익 이헌승 의원 등 7명은 본회의장에 계속 남아 항의 농성을 벌였다.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의회 민주주의와 국회 운영에 조종이 울렸다”며 “국회의 수장이 국회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근거를 빼앗아 버린 만큼 즉각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5월 23일 정의화 의원과 황우여 의원을 상대로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벌여 정 의원을 선출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실시된 경선에서 총 투표 수 147표 중 정 의원이 압도적인 101표를 얻어 46표를 얻은 황 의원을 눌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식물국회#정의화#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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