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91개 민생법안 15일 처리”… 野설득 어렵자 의장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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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개회 놓고 미묘한 갈등
與 “野 눈치보며 책임회피” 불만… 鄭의장 “여야합의 우선” 요지부동
자녀학대 부모 친권 정지 등이 핵심… 91개중 50개는 단순 형량정비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새누리당과 정의화 국회의장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야 대결 구도에서 전선(戰線)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과는 별개로 15일 본회의에서 여야 간 이견이 없는 91개 안건을 우선 처리하자며 정 의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여야 합의 없이는 15일 본회의를 강행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 “결단하라” 국회의장 압박하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4일 여야 원내대표에게 15일 본회의 개최를 약속했던 정 의장이 태도를 바꿨다고 보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비겁한 책임 회피’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계류 중인 안건들을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에 정해진 당연한 절차인데도 야당 눈치를 살피며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대출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15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이 민생법안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직권상정이 아니라 ‘여야 합의에 따라 자동으로 혹은 의무적으로 상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이군현 사무총장도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또 17일 당내 국회법정상화TF(태스크포스)를 열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공정한 관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정 의장은 12일 의장단과 여야 상임위원장의 연석회의에서 “91개의 개별 법안 처리를 15일에 하나, 그 다음 날 하나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예산안 같은 것은 아예 다루지도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야 합의부터 먼저 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15일 본회의를 강행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91개 안건을 우선 본회의에 올려 국회가 돌아가게 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의장을 향해 “직권상정은 있을 수 없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결국 15일 본회의 개회 여부는 의사봉을 쥔 정 의장의 결심에 달린 셈이다.

○ ‘91개 민생법안’ 내용 들여다보니


새누리당이 조속 처리를 요구하는 91개 법안과 안건에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다. 자녀를 학대한 부모의 친권을 일시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카드 정보 유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은 중점처리법안으로 분류됐다. 자기 회사를 상대로 사기·횡령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의 회생을 10년간 불허하도록 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도 관련돼 있다.

하지만 50개 법안(54.9%)은 단순히 법정 형량을 정비하는 내용 등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진흥법 개정안은 제22조에 ‘징역 또는 금고’로 규정된 형벌을 ‘징역’으로 바꾼다는 식.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 규탄 결의안, 아베 신조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에 대한 규탄 결의안 등 두 건의 결의안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91개 법안과 안건은 대부분 7월 이전에 여야 합의로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상태다.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던 민생 안정 및 경제 활성화 법안 30개와 청와대가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19개 중점처리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국회는 아직 이 법안들을 언제 처리할지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복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민생법안#의장#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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