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에서 통큰 양보… ‘무조건 반대黨’ 오명 벗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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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서야 정치가 바로 선다]야권 원로 5人의 고언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는 관성에서 벗어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실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야권 원로 5명은 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표류하는 ‘새정치연합호(號)’에 이같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명만 ‘새정치’를 내걸었을 뿐 낡고 고질적인 나쁜 관성을 되풀이한 ‘헌 정치’를 보여줬다는 매서운 비판이었다.

○ “반대만을 위한 반대 이제는 극복할 때”

야권 원로들은 무엇보다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 심판론’만 외치고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행태를 극복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에 대한 견제도 분명 필요하지만, 지금 국민의 눈에는 야당이 ‘국정 발목 잡기’ 세력으로 비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선 의원 출신인 김상현 상임고문은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는 당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여당에 협조할 것은 과감히 협조하고, 설령 반대를 하더라도 대안을 갖춘 반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안을 놓고 여야 간에 첨예한 대립이 벌어졌을 때, 야당이 먼저 양보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정치적 판단의 최우선 기준으로 놓는다면, 양보가 반드시 야당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용희 상임고문은 “통 크게 양보하는 것이 정치에서는 최고다. 야당이 양보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고문은 “야당이 싸움닭처럼 여당과 싸움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야당 역시 국민 편에 서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일부 강경파의 편협성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반드시 척결해야 할 적(敵)이라 여기고, 여당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당내 온건파를 ‘배신자’로 매도하는 잘못된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정제되지 않은 막말을 쏟아내는 일부 의원의 돌출행위를 당 차원에서 제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 의장을 지낸 이부영 상임고문은 “여당도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파트너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야당도 이제 모든 사안을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등 이분법적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중도·중장년 포기하면 만년 야당


소수의 야권 지지층만 의식하는 폐쇄적 시각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극소수의 강성 지지층만 의식해 휘둘리다 보니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그 결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멀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설명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중도 및 중도우파까지 끌어올 수 있도록 당의 이념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며 “당내에 운동권 인사들이 많은데 그들만이 갖고 있는 ‘나만 잘났다’는 식의 도덕적 우월감을 내려놓아야 국민에게서 많은 지지를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은 감소하고 중장년층은 증가하는 인구구성비 변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추세를 받아들이면서 하루라도 빨리 중장년층 지지를 이끌어내는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고문은 “당이 청년만 지나치게 대변하는 모습인데 중장년층이 우리를 지지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영구히 야당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장년층이 새정치연합에 지지를 보내려면 당이 앞장서 종북(從北)세력과 완전히 손을 끊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의 고질병인 계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계파의 이익이 당의 이익보다 우선시될 때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권노갑 상임고문은 “지금은 계파를 초월해 우선 당을 살려야 할 때”라며 “당이 분란이 없는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선결 과제다”라고 말했다. 권 고문은 “새정치연합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 세력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공존해 나가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로 따질 것이 아니라 다 같은 운명 공동체로 여겨야 당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야당#야권 원로#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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