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광주民心 “윤장현 몰라… 이번은 안철수 신임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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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16]
호남 ‘정치1번지’ 르포

“윤장현(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이가 누군지를 몰라. 그리고 깃발(공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될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광주를 우습게 아는 짓이제.”

5·18민주화운동 34주년인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만난 김봉수 씨(49·회사원)는 광주시장 선거 전망을 묻자 전략공천의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김 씨는 “모든 일은 절차가 중요헌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당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거들었다. “광주를 허투로 보고 있당게.” “아, 3김(金) 시대도 아니고 안철수(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니고…. 뭔 21세기에 공천이 막대기 꽂듯 헐 수가 있냐고….”

새정치연합 안철수 대표가 단행한 윤 후보 전략공천에 대해 광주의 기류는 상당히 불편한 듯했다. 17, 18일 중흥동 광주역,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유흥가 밀집 지역인 상무지구, 젊은이의 거리인 충장로 등에서 만난 사람들은 선거 전망을 묻자마자 공천의 절차에 대해서 한마디씩을 꺼냈다. 택시운전사 최모 씨(48)는 “후보들이 한참을 뛰었어. 근디 연휴 직전 한밤중에 전략공천이라니, 그것도 자기 사람을…. 그게 안철수가 말하는 새 정치요”라고 반문했다.

광주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윤 후보와 다른 후보보다 ‘안철수’란 이름 석 자를 더 많이 거론했다. 새정치연합 광주시당 관계자는 “광주시장 선거는 안철수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절차를 명분 삼아 심판을 할 것인지, 아니면 못마땅하더라도 힘을 실어줄지를 판가름낼 것이란 얘기다.

광주의 유권자는 113만 명. 이 가운데 새정치연합 당원은 23만 명이다. 유권자 5명 중 1명이 새정치연합의 당원인 셈이다. 당원들이 전략공천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광주시장 선거는 윤 후보와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강운태 이용섭 후보 간 3자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농림부와 내무부 장관을 지낸 강 시장은 현직이란 점에서 조직력 등이 뛰어나고, 노무현 정부 때 2차례 장관(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장관)과 재선 국회의원을 한 이 후보는 인지도가 높다. 윤 후보는 정치 신인이라는 점이 단점이자 강점으로 꼽힌다. 50대 자영업자는 “그래도 인물 허면 강운태만 한 인물이 없다”고 했고,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운전사는 “이용섭이는 장관도 했고, 국회의원도 했다. 이용섭이 모르면 간첩”이라고 했다. 전남대 학생 배정현 씨(33)는 “윤 후보가 시민운동도 많이 하고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전략공천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팽팽하다. 15일자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19.4%)가 강 후보(21.7%), 이 후보(20.8%)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이 두 후보가 단일화를 성사시키느냐가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일단 강, 이 두 후보는 사전투표가 30, 31일 실시되는 것을 감안해 28일까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두 후보는 18일에도 공동성명을 통해 윤 후보의 전략공천을 ‘밀실 야합공천’이라고 성토하면서 “광주 시민정신을 짓밟은 안철수 김한길 두 사람은 광주를 올 자격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에 윤 후보는 안 대표가 직접 광주를 찾아 전략공천에 대해 사과한 만큼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후보 측 이광이 대변인은 “광주시장 선거에 미래가 달렸다”며 “여기서 안 대표가 꺾이면 2017년 정권 창출도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광주 시민들은 잘 헤아려줄 것”이라고 했다.

광주=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지방선거#광주시장 선거#윤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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