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정스타일 변화 조짐… ‘깨알 리더십’서 의견수렴형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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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담화 일정 일찌감치 공개… 보안 중시-‘만기친람’ 스타일 탈피
오늘 국무회의 모두발언 줄이고… 장관들의 대책-개선안 듣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임박했다. 스스로 ‘국가개조’를 공언한 만큼 얼마나 획기적인 대안을 담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치가 워낙 높아 대국민 담화만으로 정부 불신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수십 년간 뿌리 내린 관료사회의 적폐(積弊)를 도려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국민도 많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세월호 대책’보다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관료와 법조인 중심의 참모 그룹과 군(軍) 중심의 외교안보 라인, 작은 것까지 일일이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꿈으로써 변화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 내에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 “다양한 의견 수렴부터가 달라진 것”

박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최소화하고 세월호 대책과 관련해 국무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 방향을 꼼꼼히 제시해 온 것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귀띔했다. 통상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기 바빴지만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그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일요일인 11일에도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대국민 담화에 담길 내용에 대해 수석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된 회의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 45분까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휴일에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한 것이나, 담화 발표에 앞서 참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 자체가 이례적이다.

대국민 담화 발표 일정을 스스로 일찌감치 공개한 것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2일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한 뒤 대안을 갖고 국민께 사과하겠다”며 사실상 담화 발표를 예고했다. 어떤 내용을 담을지도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때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공무원의 인사시스템 개혁과 전현직 공무원 간 유착 근절, 국가안전처 신설 등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 “인사 스타일이 변하느냐가 관건”

하지만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실질적으로 변했는지를 판단하려면 향후 인사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뤄진 인사에서는 큰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7일 국가정보원 2차장에 공안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야당은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개혁 요구를 무시한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공석인 공직기강비서관과 민원비서관에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의 변호사들이 검토되고 있다. 자리의 특성상 법조인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지만 특정 직역과 출신에 편중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민생 행보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 청와대 안에서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몇몇 유가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20여 분 만에 자리를 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에 들어간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 인선이 인사 스타일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변에선 친박(친박근혜)이 아닌 비주류 정치인들을 발탁해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건의도 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리더십#국가개조#만기친람#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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