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간 오바마… “저게 어보 들어있던 상자” 설명에 끄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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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한]
“美할머니 용기로 돌려주게 돼 기뻐”… 근정전 둘러보며 깊은 관심 표명
전쟁기념관 찾아 묵념-헌화

한국을 4번째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조선시대 정궁(正宮)인 경복궁을 처음 찾았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의 국새, 어보가 이번에 반환된 것에 대한 의미가 담긴 일정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20여 분간 경복궁을 안내한 박상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51)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새와 어보 반환의 배경을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왕의 즉위식 등이 열린 경복궁 근정전 내부를 둘러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임금이 앉았던 어좌 옆에 놓인 빨간색 상자를 가리키며 “어보가 들어 있던 상자”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기자들 앞에서 “어보는 6·25전쟁의 혼란 속에서 미국에 불법적으로 온 것인데 나이 많은 어떤 할머니의 양심적인 행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가 한국에 가져온 물건이 한국인들에게 이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할머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6·25전 참전 미군(사망)의 부인인 80대 미국인 여성이다. 이 여성은 지난해 9월 남편이 한국에서 가져온 국새와 어보 가치의 감정을 의뢰했다가 불법 유출된 문화재로 파악되자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며 반납했다.

박 교수가 “근정전 뒤 사정전(임금이 정사를 보던 곳)을 둘러보며 ‘임금이 오전 5시부터 신하를 접견해야 할 정도로 근면하게 일해야 했다’”고 했더니 오바마 대통령이 곧바로 “미국 대통령 자리도 바로 그렇다”고 웃으며 응대했다.

이날 반환된 국새와 어보 등 문화재 9점의 경제적 가치는 1500만 달러(약 15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문화재는 조만간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6·25전쟁 때 전사한 미 하와이 출신 장병들을 기리는 기념비 앞에서 3초 동안 묵념하고 헌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 호놀룰루 출신이다. 전쟁기념관에는 미국의 주(州)별로 전사자 명단을 구분한 기념비 13개가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오바마#방한#한미정상회담#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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