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부족한건 ‘바른말 할 용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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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한 참모 & 못 한 참모/靑 실장-수석 평가]
“국민여론 순발력있게 반영 못해”

‘현재 청와대 참모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청와대 실장 및 수석비서관 업무평가를 위한 동아일보의 질문에 “대통령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직언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복수응답을 요청한 가운데 평가자 60명 중 52명이 ‘직언 실종’을 지적했다. 청와대 내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

취임 1년을 맞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할 때도 내부 혼선이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상세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취소됐다. 기획재정부가 기자들에게 사전 배포한 자료에 담긴 내용도 박 대통령 발표에선 대폭 줄었다. 이 같은 혼선에 대해 어느 참모도 명쾌한 설명을 못했고 ‘현오석 퇴진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천해성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대표가 대통령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다가 8일 만에 철회된 배경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언론에 비친 청와대 내부 회의 모습도 격의 없는 토론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면 참모들은 ‘받아쓰기’에만 열중한다.

청와대는 “외부에 비치는 이미지와 실제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실장과 수석비서관, 장관들이 박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내부 업무 진행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아 빚어진 오해”라고 설명했다.

평가자 중 34명은 청와대 참모들에 대해 “국회나 부처와의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주로 관료 출신이어서 정치권과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 참모들이 정책에 대한 홍보 능력과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평가자 중 24명은 청와대 참모들이 “국민 여론을 순발력 있게 반영하는 정무감각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김영호 전 대통령통일비서관은 “규제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려면 국민 여론을 하나로 모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기나 갈등 과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능력 부족’에 평가자 중 20명이, ‘정책 입안 및 추진 능력 부족’에 16명이 동의했다.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아 청와대 참모들이 선제적으로 국정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청와대 참모#업무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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