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졌는데 푸대접”… 與충청의원들 靑에 불만 표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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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충청지역 인구가 호남지역 인구보다 많아진 것을 계기로 2016년 총선에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인사 예산에서 그에 걸맞은 배려를 요구하며 여권 핵심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역구가 충청권인 이인제 이완구 성완종 박덕흠 의원 등 6명은 최근 청와대 측에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정권 재창출에 기여한 충청이 호남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며 ‘충청 소외론’이 나오지 않게 대선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내년에 1조 원가량의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안에는 절반 규모인 5000억 원 정도만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 인사와 관련해 장관급에 충청권 인사가 적다는 비판적 여론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 이상 고위직 가운데 충청 출신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충북 청주)와 윤성규 환경부 장관(충북 충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충남 서천) 등 3명이지만 충주공업전문학교를 나온 윤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큼 충청권 인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부권을 대표할 만한 고위직 인사가 없다며 향후 개각에서 배려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충청지역 의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전과 충남, 충북에서 승리해야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충남의 한 의원은 “수도권에 있는 충청권 출향민은 20%를 넘는다고 보면 된다”면서 “예산을 확보해야 충청권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이것이 수도권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전을 제외한 충남과 충북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충청권 출신 의원 28명은 이날 집단행동에도 나섰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대 총선을 앞두고 인구비례에 따른 국회 의석수 조정 논의를 이른 시일 내에 시작해야 한다”면서 “합리적인 선거구 재획정과 국회의원 정수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충청지역 의석은 25명으로 호남지역 30석에 비해 5석이 적지만 인구수는 10월 말 기준으로 충청이 526만8108명, 호남이 525만979명인 만큼 전국적으로 의석수 재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내에선 충청권 의원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지방선거 생존전략을 넘어 내년 당대표 선거와 맞닿아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충남지사 출신인 3선의 이완구 의원이 올해 4월 재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상황에서 차기 당권을 바라보는 부산 출신의 5선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상민 변재일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도 전날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선거구 조정 문제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여당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확대 주장을 앞세워 표심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당 차원의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새누리당#충청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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