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정국 현안인 국가정보원의 트위터 활동 불법성 논란과 검찰의 항명 파동 등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의도(국회)와 서초동(검찰)은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대선 관련 트위터 활동으로 활화산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이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여야 대표와의 3자회동 때 국정원 개혁을 언급한 이후 이 사안에 대해 한 달 넘게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 대통령, ‘아직 나설 때 아니다’ 판단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인터넷 댓글 사건에 대한 공방이 오갈 때만 해도 “난 국정원에 빚진 게 없다”는 자세로 철저한 수사를 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댓글 사건이 트위터 사건으로 번지고 검찰 내부의 외압과 항명 논란으로 이어지자 상황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간 진실 공방의 실체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섣불리 언급했다가는 오히려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민생 챙기기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 온 대통령까지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은 국민이 원하는 바도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대통령이 해법을 제시해 논란을 종결지을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국정원 댓글 논란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대선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정국 상황을 호전시킬 발언을 내놓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 일각에선 대선 불복을 시사하고 지도부는 공식 부인하는 등 교묘하게 대선 불복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 검찰 개혁으로 이어지나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보다는 검찰의 내홍 사태를 더 심각하게 보는 분위기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 정권에는 큰 부담”이라며 “검찰 수사를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해 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검찰의 자체 감찰 결과가 나오면 문제가 드러난 당사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강하게 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에서는 새 검찰총장 임명 후 자연스럽게 검찰 개혁 수순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혼란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감찰을 마친 뒤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을 떠나는 다음 달 2일 전에 신임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모든 개혁은 해당 조직 수장의 자발적 의지가 중요한 만큼 검찰 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 총장을 임명한 뒤 검찰 자정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이 신뢰를 잃으면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어디로 흘러갈지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 더 선제적으로 나서야” 목소리도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고 정치가 1년 전 대선 국면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대선 개입 의혹에 휘말려 있고, 검찰 조직은 내부 파워게임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어쨌든 청와대가 국정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제는 국정원 댓글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인 만큼 대통령이 ‘난 국정원에 빚진 것 없다’는 태도만 취하는 건 국정 운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