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 장수 바꿔서야” vs “그게 외압이면 조직 운영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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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파장]
법조계 원로-전문가 ‘외압-항명 논란’ 찬반 목소리

《 21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서로 비판하며 검찰 내부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 준 것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내부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면 그건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번 사안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법조계 원로 및 법학 전문가 6명에게 공통된 질문을 하고 조언을 들었다. 》

▼ 질문 ▼

① 이번 논란의 본질은 외압인가, 보고 절차 위반인가.

②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의 윤 팀장 배제 조치는 옳은 결정인가.

③ 검찰 조직 내부 갈등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④ 검찰 조직의 원칙(검사동일체, 상명하복 등)을 유지하는 게 맞는가.

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① 검사장이나 장관은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자리인데 외압이라고 할 수 있나. 그것까지 외압이라고 한다면 국가 조직이 움직일 수가 없다. 단순한 권한 행사다.

②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내부 규정도 위반하고 자기 마음대로 일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사건을 어떻게 계속 맡기나.

③ 특수와 공안은 일처리 방식이 다르다. 특수는 시간과 순발력과 강제 수사를 우선시하고 공안은 항상 신중한 편이다. 이번 사안은 공안 사안인데 특수팀에 맡겼기 때문에 공안 사건을 처리하는 관행과 특수 쪽이 부딪친 것이다.

④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의 생명이다. 법원은 각 법관의 재판 독립이지만 검찰은 총장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조직이 돼야 한다. 유지돼야 한다.

⑤ 제도상의 문제보다 정치권의 인식과 행태의 문제다. 정치적 문제를 정치권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검찰에 고발해서 처리해 달라고 하고 입맛에 안 맞으면 어느 쪽이든 검찰을 욕한다. 현 상황에선 총장이 빨리 선출돼 검찰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전 검찰총장

① 외압이 있었는지는 현재 알 수 없다. 검찰에서 의견이 다른 경우는 늘 있어 왔다. 상하 충돌이 있을 때는 대화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의견이 갈리면 최종 결정권자한테 권한이 있다. 설득해도 안 되면 따르는 거다. 부장이 수십 명이 있는데 의견이 다르다고 자기 맘대로 하면 검찰의 운명이 어떻게 되겠나.

② 그 자리에 두고 진상 조사를 하고 징계 요청을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직무에서 배제시킨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③ 검찰 내부에 마피아 비슷한 조직이 있다. 특수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대검 중수부에서 연구관 하다 마치고 나오면 특수 전문가로서의 자부심도 생기지만 동료애가 생긴다. 주요 보직은 잘 아는 사람끼리 주고받고 싶어 한다. 거기에 심취하다 보면 특수 경험이 없는 지휘관 말을 잘 안 듣는다. 그게 최근에 생긴 검찰의 병폐이다. 5공 때 끗발이 좋던 공안 검사들도 자기들끼리 보직을 주고받았다. 이것은 정말 경계해야 한다.

④ 당연히 유지해야 한다. 검찰청법 7조에 따르면 모든 업무는 소속 장에게 속한다. 말 안 들으면 다른 사람 시키거나 직접 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⑤ 권력기관이란 게 청와대인데 장관한테 “정권이 곤란하니까 (총장을) 바꿔라”라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겠나. 법무부에서 총장한테 “그만하자”라고 말은 할 수 있을 거다. 다만 여러 이유를 들겠지. 그건 외압이라기보다는 판단 대상이다. 만약 외압이 있다면 총장과 검사장이 막으면 된다.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① 검사장이 (수사를) 승인하지 않았다면 정당한 이유를 대야 하는데 언론 보도처럼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식으로 얘기했다면 외압이 있다고 본다. 또 중요 사건 보고는 밤에 하거나 집에 가서 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 절차 위반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② 절차상의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윤 지청장이 잘못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배제 조치는 옳지 않다.

③ 이번 갈등은 강력한 조직인 국정원을 선거법 위반으로 처리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흔히 말하는 특수-공안의 갈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④ 검사장이 누가 봐도 합리적인 사유로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원칙에 따라 존중돼야 한다.

⑤ 정치권에서 관여하지 않고 단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총장이나 검사장이 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조직 개선만으로는 안 될 때가 많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

① 수사팀장이 외압을 느꼈다면 그것은 외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외압을 가하는 사람은 어떤 의도로 했든 받는 사람이 외압으로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은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데 수뇌부에서 그 처리에 협조해 주지 않았던 게 문제다.

② 전쟁에서 장수를 갑자기 바꾸지는 않는다. 검사장 집에 찾아가서 간략하게나마 보고도 했는데, 이것을 항명으로 취급해서 한창 수사 중인 사건의 팀장을 바꿔야 할 상황인가.

③ 피라미드같이 수직적인 검찰 조직의 한계 때문이다. 검찰 조직의 특징이 기계적 상명이어서 상층부에서 압력을 넣기 쉽다.

④ 상명하복을 뜻하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준사법기관인 검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사라져야 한다.

⑤ 인사권을 대통령이라는 권력자가 쥐고 있는 한 중립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엄정하게 수사해도 일부에서 중립성 시비가 나올 수 있는 소위 ‘시국사건’의 경우엔 상설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약한 것이다.

수도권 소재 로스쿨 교수

① 보고 절차 위반이 본질이다. 검찰이라는 공조직에서는 절차가 중요하다. 보고 허가 체계가 뚜렷한 곳에서 그 과정을 무시하고 일처리를 한 것은 ‘보고 절차 위반’이 맞다. 책임은 자기 상관이 지는 것 아닌가. 물론 검사에겐 수사독립권이 있어야 하지만 검사의 권한은 주어진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한 수사의 방향성과 속도가 있다고 해서 자기 멋대로 한다면 보고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국감에서 윤 팀장은 구두로 보고를 했다고 말했지만, 보고를 했다면 그에 대한 허가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보고를 했다고만 주장한다. 윗선에서 허락해주기 힘든 일에 대해서 지나가며 “…하게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툭 던지고 말면 그게 보고인가. 아니다.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린 행위인 것이다.

② 인사권자의 권한이다. 상부에 항명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조직에서 품고 있을 수 있나. ○3 이번 일은 검찰 조직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문제다. 수많은 검사들이 조직에 충성하고 보고 체계를 엄수하며 일한다.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검찰 조직의 운영 원리들을 지적하고, 고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


① 보고 절차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검사장은 “보고와 통보는 다르다”고 하는데 부하가 어떻게 통보를 하겠나, 보고를 했겠지. 또 상관의 지시에 반해 영장을 청구한 게 위법은 아니지 않나. 상관은 불기소 처분을 지시했는데 수사팀이 기소를 했다면 징계는 받을 수 있지만 영장 청구와 집행이 문제되지는 않는다.

② 배제 조치도 적법한 것이다. 직무를 승계하고 이전할 권리가 검사장에게 있다.

③ 인사가 문제다.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도 충성하면 승진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있으니까 이런 갈등이 생긴다. 검찰이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수사팀에 수사를 맡기고 상관은 정치적 압력을 막아 주는 것이 정상이다.

④ 검찰도 일종의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유지하는 게 맞다. 다만 검사는 검사장을 보좌하는 기관이 아니라 독립적인 준사법기관이다. 그걸 보장하려면 다른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⑤ 인사가 제대로 되면 막을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방안이 없다.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인식과 행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

김수연·김성모 기자 sykim@donga.com
#국정원#선거개입#법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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