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노리고 민주당에 심리전단 직원 정보 제공”… 공모한 정모 씨의 정보유출 전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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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되자 ‘원장님 지시-말씀’ 베껴서 빼돌리기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집 주소와 ‘원장님 지시 말씀’ 등 국정원 내부기밀 자료가 김상욱 씨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데는 전직 국정원 직원 정모 씨(49)의 역할이 컸다. 1991년 국정원 주사보로 임용된 정 씨는 올 2월 파면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 씨는 평소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원 전 원장이 취임 후 부서장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인사권을 남용하는 등 독단적으로 국정원을 운영한다는 생각에서였다. 2000년 이후 13년 동안 승진을 못한 것도 정 씨의 불만을 키웠다고 검찰은 봤다. 그러던 중 먼저 국정원에서 퇴직한 친한 동료였던 김상욱 씨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 씨가 ‘정권이 바뀌면 승진도 하고 한 자리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 정보를 김 씨에게 넘기기로 마음먹었다고 썼다. 정 씨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주거, 출근 정보 등을 김 씨에게 넘겨줬다.

여직원 댓글 사건이 터진 후 실시된 국정원 내부감찰에서 정 씨는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올해 2월 5일 파면이 결정됐다. 그러자 정 씨는 2월 6, 7일까지 국정원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내부 전산망에 접속했다. 국정원이 파면결정 직후 정 씨의 내부전산망 접속 자격을 차단하지 않은 것은 국정원의 보안관리 태세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정 씨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라는 제목의 게시자료 전체 54건 중 42건을 열람해 손으로 메모했다. 이 자료에는 국정원 부서장 회의에서 오간 국정원 주요 활동, 경과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정 씨가 원장의 지시내용 이외에 이런 내용도 베껴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국정원#기밀유출#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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