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시아 상대로 인권외교 강화… 北 움직이게 압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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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야 하나된다]본보-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한 인권문제' 세미나

《 한반도선진화재단과 동아일보는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선재단 회의실에서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북한 인권,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 토론을 벌였다. ‘통일의 길,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주제로 진행 중인 세미나의 다섯 번째 순서다. 이 세미나는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북송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진행됐지만 북한 인권의 실상과 개선책, 이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 등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가 있었다. 》

○ 북한 민주화 이끌어야 인권 문제 풀린다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정치범수용소. 수용소에서 태어나 자란 탈북자 신동혁 씨의 이야기를 다룬 책 ‘14호 수용소 탈출’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면서 감시의 눈길이 강화되고 있다.

정치범수용소의 수용 규모는 기존 ‘15만∼20만 명’에서 최근 ‘8만∼12만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전향적인 정책을 편 결과라기보다 수용시설의 문제나 그 안에서의 부패 고리 등과 관련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부패 문제가 심각한 북한에서 보위부 관리들이 돈을 받고 수감자를 풀어주거나 형을 감축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북한의 인권침해 유형 중 ‘구금자의 권리’ 침해나 ‘이주 및 주거권’ 제한 사례가 2000년대 들어 많아지고 있다. 탈북하려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도 심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님을 주민들에게 알려 북한 내부의 지지를 얻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 주민들을 민주화운동의 동반자로 만들어야 한다”며 애드벌룬을 이용한 전단 및 생필품 살포, 대북 방송, 탈북자를 통한 북한 내부로의 송금 등 구체적 지원방식을 소개했다. 북한 내부로 반입되는 USB 메모리나 방송 등의 채널을 총동원해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중국 통신망을 이용해 남북 간에 연결되는 휴대전화 사용 횟수가 하루에 3000∼4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중국 러시아 상대로 ‘인권외교’ 강화해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북한 당국이 인권 개선에 나서도록 압박할 수단들도 의제로 올랐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기 시작한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개념을 적용하는 접근 방식이 관심을 끌었다. R2P는 한 국가가 자국민을 집단살해나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등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원칙이다. 주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인권유린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북한을 겨냥해 유엔이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구성키로 한 것도 R2P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태훈 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특위 위원장은 “COI가 성공적으로 활동해서 가급적 내년 3월 제대로 된 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하면 책임자를 국제재판소에 회부하기 어려운 만큼 이 두 국가에 대한 ‘인권외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이규창 연구위원은 “COI의 최대 난제는 인권침해 사례의 가해자 규명”이라며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책연구소인 통일연구원,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 등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정보의 통합 및 상호 협력 문제도 거론됐다. 이원웅 관동대 교수는 “정부 내에 이 문제를 다루는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수암 선임연구위원도 “조율 시스템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그동안 정부에 이런 문제를 수없이 얘기했는데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굶주림도 해결 절실한 인권침해”

유엔 COI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아홉 가지 인권침해 유형 중 첫 번째는 식량권이다. 굶주림을 인권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접근 방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감을 표시했지만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 문제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이원웅 교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북 지원에 나서는 것은 (핵실험 등)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구호물품이 쌓여 있는 창고에 수백만 원짜리 호화 가구가 즐비한 것을 본 적도 있다”며 “원칙 없고 일회성인 대북지원 단체들의 경쟁적인 활동은 걸러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인도적 지원에는 찬성하지만 과거처럼 한 번에 왕창 지원하는 바보짓은 안 했으면 좋겠다”며 월별로 식량을 나눠 주거나 지원예고제를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참석자 (가나다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태훈 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특위 위원장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이용환 한선정책연구원 원장
△이원웅 관동대 교수
△임순희 북한인권정보센터 실장
△조영기 고려대 교수
△홍성기 아주대 교수

이정은 기자lightee@donga.com
#한반도선진화재단#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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