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만에 입 연 이동흡 “사퇴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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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업무경비 명세 공개로 제도개선 계기돼” 황당 발언
참여연대, 횡령혐의 고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2·사법시험 15회·사진)가 6일 자진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1, 22일 인사청문회 뒤 보름 동안 외부와 연락을 끊었던 이 후보자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헌재 재판관으로 있으면서 6년간 받은 특정업무경비 3억여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표결 전에 사퇴하면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사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가 (특정업무경비를 넣고 썼던) 통장 명세를 공개해 기획재정부가 특정업무경비 사용 지침을 개선했다”고도 했다.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진 돈(3억여 원)을 뱉어낼 테니 의혹을 덮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제의 돈 일부가 집 근처 식당이나 휴일에 사용돼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후보자는 해명이나 지출 명세를 전혀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 등에서는 “황당 발언”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이었던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사회 환원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도둑이 자기 때문에 경보시스템 생겼다고 자랑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참여연대는 이 후보자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진사퇴는 도리가 아니다”라며 “국회가 논의를 하다 마는 식으로 끝내선 안 된다. 인사청문특위가 정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특위를 재가동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본회의 표결 수순을 밟자는 것이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본인이 알아서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여권에서 표결론이 거론되는 데 대해 “조속한 사퇴만이 해결책”이라며 거듭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표결 처리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인데 인사 문제를 직권상정한 전례는 없다”며 “이 후보자는 박 당선인의 인사 난항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은 지명 철회를 결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강행 처리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자를 자진사퇴시키는 데 당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새누리당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기용·최창봉 기자 kky@donga.com
#이동흡#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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