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청시대]마음 따뜻한 도시 대전, 공존의 공동체로 거듭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대전의 ‘사회적 자본’ 확충 노력


#사례 1: 대전 문정중학교 어머니회 합창단인 ‘DS하모니’ 단원 26명. 이들은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학교 음악실에서 2시간 연습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노래도 배우고 연습이 끝나면 함께 식사하며 자녀 교육, 가정 얘기 등 ‘세상 사는 이야기’로 꽃피운다. 지난해에는 충남 공주 동곡요양원과 서구 둔산동 보라아파트 복지관 등을 돌며 위문공연도 했다. 이 모임 김경은 단장(49·여)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원 간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 특히 봉사활동을 하며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모임은 대전시의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대전공동체 만들기’ 정책에 부합돼 1인당 월 1만 원의 기금도 지원받는다.

#사례 2: 대전 대덕구 장동의 마을기업인 ‘장동 쉬엄쉬엄’은 계족산 입구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도시민을 상대로 농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마을주민 소득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대전 서구에서 탄생한 육아온라인 카페인 ㈜도담도담은 회원만도 3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공동육아 품앗이학교, 예비맘 교실, 임신출산육아박람회 등을 개최해 주부들의 공동체 모델이 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 이들 기업을 ‘사회적자본형 마을기업’으로 선정해 육성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전시가 시정 기조로 삼고 있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대전’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국정(國政)과 만난 대전시정 ‘사회적 자본’

이달 7일 염홍철 대전시장과 시청 공무원들은 반색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날 주재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회의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한국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바로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이라며 “사회적 자본은 바로 신뢰사회”라고 강조한 것. 새로운 국정기조를 설명한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라는 화두는 염 시장이 지난해부터 시정기조로 강조해왔던 것. 신태동 대전시 정책기획관은 “박 당선인이 ‘대전시’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대전시가 역점 추진해온 시정의 기조를 국정 기조를 삼았다는 데에서 직원들이 고무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시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이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신뢰와 배려의 공동체를 지향해 대전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오래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런 구상은 염 시장이 지난해 8월 호주 브리즈번 시에 출장갔을 때 오가던 비행기에서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브리즈번 구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대전시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시민공감, 과정중시, 융합사고, 열린행정 등 4대 원칙을 정하고 대전 전체의 역량을 높여 ‘함께 잘 사는 대전’을 만들자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시는 먼저 사회적자본담당 등 4개 담당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사회적자본 확충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사회적자본담당’, 시정에 시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시민참여담당’, 마을합창단 운영 등 시민의 생활 속 예술 활동 지원을 위한 ‘생활예술담당’ 등이 그것이다.

또 그동안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자본 워킹그룹 실무회의’를 10여 차례 개최하는 등 관련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사회적 자본 확충 기본조례’ 제정에도 나섰다. 조례에는 시민의 권리와 시의 책무, 지원기구 설치 등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내용이 담긴다. 조례는 대전시의회 임시회에 상정해 3월에 공포할 계획이다.

김광신 대전시 자치행정국장은 “학술용어인 사회적 자본 용어가 시민에게 친숙한 하나의 보통명사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실천계획 마무리 단계

대전시는 사회적 자본을 주민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소통과 참여, 신뢰와 배려심을 심어줘 주민을 협력적인 관계로 연결해주는 무형의 자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염 시장은 이와 관련해 10일 열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3대 실천전략을 발표했다. 실천전략은 제도 마련, 시민중심, 공간창출로 나뉜다.

‘제도 마련’에는 조례 제정과 함께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 형성 기반을 높이기 위한 도시공간구조의 재구성도 포함돼 있다. 이를테면 아파트 건축 시 주민 간 상호 접촉을 높일 수 있는 도서관이나 학교 등 공익시설 중심부에 배치한다는 발상이다.

또 시정의 낡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배심원제 시민감사관제 주민참여예산제 등도 도입하기로 했다.

‘시민중심’ 전략은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전희망지피기(시민대학, 배달강좌제, 인문학프로그램 신설 등)와 대전아이키우기(토론 역량을 위한 주니어 아크로폴리스 프로젝트, 지역문화유산 강좌, 과학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대전마을가꾸기(마을공원, 마을미디어, 마을기업, 마을텃밭사업 등) 등을 구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간창출’ 전략은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 각 대학이 각종 체육 및 휴식시설을 시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등 대전자원나누기운동과 시민의 고유한 공동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문화를 만드는 대전사랑나누기운동으로 전개된다.

염 시장은 “올해는 1993년 대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발전의 새로운 길을 여는 도전의 해”라며 “대전시민의 지혜와 저력을 모아 ‘더불어 잘 사는 지속가능한 대전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하는 한 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서로 믿고 교류하는 밝은 세상이 온다 ▼

사회적 경제(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는 공동체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호혜적 경제활동이다. 사업체 자체의 이익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중시하는 새로운 경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로 얻을 수 있는 이점 중 하나는 신뢰가 넘치는 동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경제 활동은 동네 사람들끼리 서로 알아갈 수 있는 면대면 관계를 형성하게 해준다.

대전에서 시작돼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화폐 단체인 한밭레츠의 품앗이장터도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 출발점이 됐다. 이런 만남 속에서 대안경제의 씨앗이 생겨난다고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품앗이 장터를 통해 사람들은 ‘지역화폐’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됐다.

전국에서 대전으로 배우러 오는 마을어린이도서관들도 운영자와 수혜자가 동일한 형태를 창조함으로써 사회서비스 생산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자원 봉사형 마을어린이 도서관은 마을에서부터 신뢰와 협력의 사회자본을 키워 왔다.

신뢰는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대전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90개의 마을기업과 사회적 기업 그리고 166개의 자활기업과 시니어클럽 등 사업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새해에 들어서는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으로 우리들의 생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기 위한 협동조합 설립 바람도 거세다.

최근 대전시가 사회적 자본을 시정의 역점 방향으로 설정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마을 사업들은 공유경제, 협력소비와 같은 사회적 경제를 풍성하게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의 비즈니스를 통해서 해결해 나가는 사회적 경제는 그래서 지역발전의 새로운 길이다.

▒ 김제선 이사는 누구?



△전 대전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전 한국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단법인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대전사회적기업통합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