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1]朴의 8년 공든탑 ‘동교동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동서 지역 갈등이 아버지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심화됐다. 결자해지로 내가 풀어야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2004년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이후 측근들에게 여러 차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 핵심 측근은 7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합류로 마무리된 ‘동교동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박 후보가 공들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아버지 문제를 사과했고 김 전 대통령은 “동서갈등을 조화시킬 적임자는 박 대표”라고 화답했다.

박 후보의 동교동 프로젝트는 대선 경선 패배 다음 해인 2008년 총선 후부터 본격화됐다고 한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이 무엇일까를 놓고 깊은 고민에 들어간 박 후보는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와 ‘동서화합과 역사적 화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정했다고 한다.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는 현재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이어졌고, 동서화합과 역사적 화해는 국민대통합으로 발전했다.

이 측근은 “박 후보는 세대, 계층 간 갈등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 속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동서갈등은 두 인물(박정희 김대중)의 대결로 시작된 역사적인 갈등으로 반드시 자신이 직접 풀어야 한다고 여겼다”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경상도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간적 동서화합은 이뤄 냈지만 동서갈등의 뿌리인 역사적 화해 없이는 진정한 화해가 힘들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박 후보의 이런 고민을 알아차린 측근들은 2009년부터 여러 통로로 동교동계와 옛 민주계 등 김 전 대통령 쪽 인사들과 물밑 교감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더 활발해졌다는 후문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동교동 인사들 사이에서 박 후보가 비록 다른 진영이지만 김 전 대통령의 동서화합 유지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동교동계의 맏형인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김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김홍업 전 의원 영입에도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와 가까운 한 원로 정치인은 “권 고문과 김 전 의원 모두 박 후보에게 호의적이었으나 함께하는 데 부담을 느꼈고, 한광옥 김경재 전 의원의 새누리당 합류 소문이 나면서 민주당이 강하게 작업을 한 것 같다”라며 “동교동계 내부 사정도 복잡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한화갑 전 대표 영입에도 직접 나섰으며 5일 광주 지역 유세 때 한 전 대표가 제안한 호남 공약을 상당수 발표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7월 경선 과정에서 대탕평 인사와 체계적인 호남 발전을 위해 당선 이후에도 강력히 운영할 수 있는 국민대통합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것도 ‘동교동 프로젝트’와 무관치 않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동교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