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대선 D-14]지지율 0.7% 후보에 휘둘린 TV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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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안보 통일 첫 토론회
이정희 “朴 떨어뜨리려 나와”… 주제 벗어나 朴공격
지지율 40%대 후보들과 똑같이 방송 3분의 1 점유
朴-文 정책 검증 흐려져… 美선 ‘15%’ 넘어야 자격

제18대 대통령선거 TV토론에 참석한 후보들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기조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통합진보당 이정희, 민주통합당 문재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이날 첫 TV토론은 이 후보가 토론 주제와 상관없이 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을 이어가면서 정책 검증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제18대 대통령선거 TV토론에 참석한 후보들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기조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통합진보당 이정희, 민주통합당 문재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이날 첫 TV토론은 이 후보가 토론 주제와 상관없이 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을 이어가면서 정책 검증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지율 1% 이하의 한 후보로 인해 18대 대선 첫 TV토론회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는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대선 TV토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 기필코 박 후보를 떨어뜨리겠다”며 시종 박 후보만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토론 주제인 정치와 외교, 안보, 통일 분야와는 동떨어진 질의 답변이 많아 사회자는 자주 이 후보에게 “주제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지만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심지어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정부를 지칭하며 북한처럼 ‘남쪽 정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일부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강지원 후보에게도 지지율이 뒤지는 이 후보가 5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유력 후보들의 TV토론에 동등하게 참여한 것이 정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율 1% 이하의 이 후보가 40%대의 지지율을 보이는 박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똑같은 조건으로 토론회 시간(110분) 3분의 1을 점유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데다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3일 리서치앤리서치 일일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0.7%, 강 후보는 0.9%였다.

현행 공직선거법 선거방송 관련 규정(제82조2)은 ‘TV토론 참여 자격’을 ①국회 의석 5인 이상의 정당 후보자 ②직전 선거에서 100분의 3 이상 득표한 정당 후보자 ③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100분의 5 이상인 후보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소속 의원이 6명인 통진당의 이 후보는 첫 번째 조항에 따라 TV토론에 참여했다.

이 기준에 따라 2007년 TV토론 때는 6명이나 참석해 1인당 발언시간이 12분에 그쳐 ‘TV토론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TV토론 공식 시청률도 15대 대선 53.2%, 16대 대선 34.2%, 17대 대선 21.7%로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이번 대선 TV토론회는 10일 경제 분야, 16일 사회 분야 등 두 차례 더 실시되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이 있을까란 의문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미국은 후보 지지율이 15%가 넘을 경우에만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알고 싶은 후보, 듣고 싶은 후보를 불러 지도자감을 판단하게 하는 유권자 중심의 사고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채널A 영상] 이정희에 휘둘린 빅2? 후보별 점수 매긴다면…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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