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오늘 사표]金-崔 10여차례 문자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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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준 “언론에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
최재경 “사실과 다르다 주장하고 강하게 대처하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50·사법시험 27회)이 뇌물수수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던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의혹을 부인하고 강경 대처하라’는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대검 감찰본부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김 검사가 8일 ‘유진 측에서 (나에게) 돈 빌려준 거 확인해 줬는데, 계속 부인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최 중수부장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또 김 검사가 ‘계속 부인할 수도 없고 어떻게 기자들을 대해야 할지’라고 하자 최 중수부장은 ‘강하게 대처, 위축되지 말고 욱하는 심정은 표현하세요’라고 답신했다. 두 사람은 8, 9일 사이 10여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당시 김 검사는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부터 9억 원대 금품 수수 혐의로 경찰 내사와 검찰 감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감찰본부는 “감찰 대상자에게 언론 대응 방안을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도록 돕는 등 품위를 손상한 비위가 있다”며 “(문자 내용이) 감찰 발표 전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의 신뢰 손상이 심각할 것을 우려해 감찰 착수와 동시에 공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검사가 ‘억울하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인 듯하지만 최 중수부장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른 채 무조건 부인하라고 조언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중수부와 특수부 검사들은 “김 검사에 대한 감찰이 시작된 것은 최 중수부장이 5일 상부에 김 검사 관련 비리 의혹을 보고한 덕분이었다”며 최 중수부장에게 비리 감싸기 의혹을 씌우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 중수부장은 4일 김 검사로부터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해 들은 뒤 5일 상부에 이를 보고했고 그 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장에게 “경찰이 김 검사를 수사하고 있으니 어떤 내용인지 파악해 보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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