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담판 이미 경험… ‘어게인 2002’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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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로 본 단일화 효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처럼 태풍 같은 컨벤션 효과를 불러올지, 패배한 후보 지지층의 이탈로 미풍에 그칠지 쉽게 점치기 힘들다.

○ 2002년 폭발적 반응 재현?

2002년 같은 단일화 위력이 재현된다면 야권 단일후보의 지지율이 단일화 직후 50%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2년 11월 5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다자 대결에서 36.0%를 얻어 정 후보 22.4%, 노 후보 16.8%를 여유 있게 앞질렀다. 이 후보(41.4%)는 노 후보(31.6%)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10%포인트 정도 리드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일 후인 11월 25일 단일화 직후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42.2%를 얻어 35.2%에 그친 이 후보를 7%포인트 앞섰다. 노 후보는 단순 지지도의 경우 25.4%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정 후보의 지지층을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고정표만 지킨 이 후보와 달리 노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 정 후보의 지지율에 부동층까지 흡수했다.

이번에도 단일화 직전 여론조사 지지율의 패턴은 1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리서치앤리서치(R&R)의 18∼20일 조사에 따르면 다자 대결에서 박근혜 후보(43.2%)는 안 후보(24.0%)와 문 후보(20.8%)를 앞서 있다. 10년 전 다자 대결에서 노 후보와 정 후보의 지지율 합이 이 후보 지지율과 엇비슷했던 추세와 같다. 양자 대결에선 10년 전처럼 박 후보는 두 후보와 박빙 우세나 접전 양상이다.

단일화 파괴력은 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후보의 지지층이 단일 후보에게 얼마나 옮겨 가느냐에 달려 있다. 2002년 단일화 결정 8일 전인 11월 17일 조사에서 노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정 후보의 지지자 중 43.2%만이 노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했고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자도 20.3%나 됐다. 그러나 실제 단일화 이후 정 후보 지지층뿐 아니라 부동층까지 고스란히 노 후보로 옮겨 탔다. 이번에도 여론조사상으로는 안 후보나 문 후보 중 누가 되든 30∼40%의 이탈표가 생긴다고 예측되지만 실제 결과를 점치기 힘든 이유다.

○ 학습효과로 효과 떨어져

2002년 같은 폭발적인 컨벤션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2002년 단일화에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안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담판 단일화까지 경험하면서 단일화 자체만으로는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서울대 박원호 교수(정치학)는 “부동층을 움직이려면 관심을 끄는 빅뉴스가 이어져야 한다”라며 “2002년은 단일화 과정 자체가 빅뉴스의 연속이었지만 이번에는 빅뉴스가 단일화 결과 한 개뿐이라 그때만큼 태풍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지지층이 10년 전 이 후보 지지층보다 견고하고 부동층이 얇다는 점도 차이다. 2002년 당시에는 이 후보의 다자 지지율이 35%에 묶여 있었고 부동층이 20% 안팎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은 박 후보의 다자 대결 지지율이 40∼45%에 이르고 부동층은 10% 정도다. 부동층이 대거 이동해야 커지는 컨벤션 효과는 2002년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TV토론, 단일 후보 결정의 주요 변수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뚜렷한 정책 차이가 보이지 않은 채 접전을 벌이고 있어 21일 TV토론이 단일 후보 결정 여론조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유권자층은 45% 안팎인 두 후보의 기존 지지층 외에 10∼15% 수준인 부동층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TV토론 이후 문, 안 두 후보 지지층에서 상호 이동이 있을지, 부동층에서 문 후보 또는 안 후보로 지지 후보를 정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횟수가 한 번에 불과하고 두 후보 모두 나름대로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변화의 편차는 1∼2%포인트 안팎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1∼2%포인트라 해도 두 후보 지지층 안에서 이동이 일어날 경우 이는 2∼4%포인트의 격차를 의미하므로 박빙의 승부에선 결정적일 수도 있다.

동정민·길진균 기자 ditto@donga.com
#문재인#안철수#TV토론#단일화#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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