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측 “뭘 더 하라는 건지…”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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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화 협상중단 해법 고심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이 ‘단일화 룰 협상’을 보이콧한 지 이틀째인 15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는 협상 재개를 위한 해법을 찾느라 속을 태웠다. 안 후보 측을 달랠 만한 뾰족한 묘안이 없어서다.

문 캠프는 후보가 직접 사과까지 했는데 안 후보가 “깊은 실망을 느꼈다”며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일각에선 “뭘 어떻게 더 하란 건지 모르겠다”며 “‘신뢰를 담보할 조치’가 무엇인지 애매한 발언을 해석하기 너무 힘들다”는 불만도 나왔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캠프의 상황을 “비상연락이 오길 상시 대기하는 ‘데프콘(DEFCON) 4’ 상태”에 비유하기도 했다.

문 캠프 핵심 간부들은 이른 아침부터 회의를 거듭하며 해결책을 논의했다. ‘안 후보 측을 자극하거나 오해 살 행동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정하고 기자와 캠프 관계자들의 사적 대화도 금지시켰다.

특히 오전 회의에서는 공동선대위원장단 10명 전원이 총사퇴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후보가 부산에서 직접 사과한 마당에 선대위원장들의 사퇴는 실효성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총사퇴 카드는 일단 보류했다는 후문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공동선대위원장단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 캠프는 안 후보 측이 문제 삼은 ‘여론조사 응대 독려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조사 결과 캠프의 한 여성 자원봉사자가 지인 76명에게 보낸 것으로 캠프 차원의 활동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16일 배포할 예비후보자 홍보물의 카피로 ‘큰사람’을 확정하며 통 큰 정치론을 밀고 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안 후보의 잇단 제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협상 중단에 대해 거듭 사과하는 문 후보의 모습이 ‘통 큰 지도자’라는 인식을 준다는 게 문 후보 측의 분석이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의 ‘통 큰 정치론’에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조직을 총동원해 단일화 승리에 목을 매는 상황인데도, 문 후보는 ‘큰형님’ 이미지를 굳혀가고 안 후보는 사사건건 떼쓰는 ‘막냇동생’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

문 후보의 우윤근 동행1본부장은 라디오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고집한다면 그 자체로도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려와 불만이 교차하던 문 후보 캠프엔 이날 오후 안 후보가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화색이 돌았다.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 측도 단일화가 무산되는 상황을 상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안도했다.

문 캠프는 이날 밤 문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심야 대책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문 후보가 감기몸살 증세를 호소해 회의를 취소했다.

이남희·최우열 기자 irun@donga.com
#문재인#안철수#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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