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빅3 일자리 해법, 실효성 있나

  • 동아일보

공약 따져보니 현실과 모순
朴 “과학기술 활용해 창출” … 기술진보, 일자리 줄일수도
文 “공공서비스 확충 통해”… 정부 주도 일자리 질 떨어져
安 “중기→대기업 성장으로”… 대-중소기업 연계법 안보여

‘빅3’ 대선후보들이 이번 대선의 핵심 화두인 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모순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속속 저마다의 성장 전략을 밝히며 일자리 담론 경쟁을 본격화했다. 일자리 만들기가 취업난을 겪는 20·30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40대, 20대 자녀를 둔 50·60대, 100세 시대를 맞는 노년층 등 전 세대에 걸친 공통적 희망사항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한국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각 후보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일자리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 후보의 ‘창조경제’, 문 후보의 ‘공정경제’, 안 후보의 ‘혁신경제’는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무엇보다 현실적이어야 할 일자리 정책이 ‘시험작’ 수준인 데다 그 자체로 모순된 공약도 많다는 점이다.
▼ 朴, IT 신산업-고용 연계방안 불분명… 文, 공공일자리 35만개 늘리는데 3조 ▼
安, 기업간 네트워크 통합 구상 미흡

박근혜 후보가 일자리 창출의 핵심 개념으로 내세운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세상에 없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후보비서실에서 정책 메시지를 총괄하는 안종범 의원은 “과학기술, 정보기술(IT) 등과의 융합에 따른 엄청난 양의 일자리,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와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기술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발상 자체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 그간 기술 진보는 공장 자동화 등을 통해 일자리를 줄이며 ‘고용친화적’이기보다 ‘고용경제적’이었기 때문. 또 기술을 다른 산업에 접목해 신산업을 발굴한다는 방향은 좋지만 이를 어떻게 일자리로 연계할지 불분명하다. 연구 인력을 늘리는 데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점 때문에 박 후보 캠프 내에서도 창조경제론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과학기술은 산업의 플랫폼(토대)이지 성장 전략의 상위 개념이 될 수 없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해법의 한 축으로 공공서비스 일자리의 획기적인 확대를 내놓았다. “보육, 교육, 환경, 보건, 치안 분야의 공공서비스를 늘리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국민 복지도 향상되는 이중 삼중의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육성 등을 위해 2조 원의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해 사회적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회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높은 것은 분명하다. 2009년 기준 사회서비스 부문의 취업유발계수는 38.5(10억 원 수요 발생 시 38.5명 일자리 창출)로 제조업 8.0의 4.8배 수준. 그런데도 정부 주도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복지와 일자리의 질 중 어느 쪽도 시원찮아서였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공급하면 당장 취업 통계는 높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도 금융위기를 겪으며 공공 일자리를 대폭 늘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치적 의지로 만든 일자리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게 ‘일자리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린다고 민간에서 덩달아 복지 시장이 커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또 문 후보는 도로변 풀베기 같은 땜질식 공공근로를 만들지 않겠다며 공공서비스 일자리에도 ‘좋은 일자리론’을 펼쳤지만 재원이 관건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1조4575억 원을 투입해 사회서비스 일자리 17만4849개를 직접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 후보가 계획대로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35만 개로 늘린다면 적어도 3조 원이 들어간다.

안철수 후보는 이르면 21일 일자리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역동적인 기업생태계를 조성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일자리 패러다임은 어느 분야보다 ‘네트워크 정책’이 필요한데 대·중소기업을 연계하는 통합적인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정책은 구체적이고 평가가 가능해야 하는데 세 후보의 구상은 모두 임기 5년 내에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빅3#일자리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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