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특별감찰관-상설특검” vs 최재경 “쇼킹… 檢 문 닫으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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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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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중수부장 검찰개혁안 충돌

“안대희가 총을 거꾸로 겨눴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검찰개혁 방향을 밝힌 사실이 알려진 15일 검찰은 크게 들끓었다. 대검찰청 고위 간부들은 “대검 중수부장과 대법관을 지낸 사람이 정치인의 논리로 검찰을 재단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일부 검사도 “결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제2의 검찰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냐”며 흥분했다. 2003년 ‘국민의 중수부장’으로 불리며 존경받는 검사상을 확립했던 안 위원장이기에 검사들의 서운함은 더 컸다.

안 위원장의 검찰 개혁 구상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권력 실세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감찰·조사하는 특별감찰관을 만든 뒤 감찰관이 조사해 혐의가 뚜렷하면 상설 특검에 넘겨 수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 제도가 만들어지면) 그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 이렇게 되면 중수부 폐지 논의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이 “경찰은 차관급이 경찰청장 1명인데 검찰은 55명”이라며 검사장급 축소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위기감을 키웠다.

검찰은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했다. 개혁안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섣불리 나서는 것은 자칫 ‘직역이기주의’로 비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기에는 내부 불만이 컸고 자칫 새누리당의 개혁안에 동의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결국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50·사법시험 27회·검사장)이 총대를 멨다. ‘당대 최고의 칼잡이’로 불리는 안 위원장과 최 검사장의 대결 구도라면 검찰 전체가 여당에 반발한다는 인상도 지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검사장은 17일 오전 10시 간담회를 자청한 뒤 직접 기자실로 내려왔다. 그는 ‘안대희 위원장 발언 관련 입장’이라는 설명 자료까지 준비했다. 중수부 수사가 아닌 다른 현안으로 중수부장이 직접 의견 표명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평소 신중한 성품으로 유명한 최 검사장은 “존경하는 선배의 발언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쇼킹하다. 결국 검찰이 문 닫으라는 얘기인데 수긍하기 어렵다”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결과적으로 중수부 수사로부터 권력자를 비호하게 되고 (특검 대상) 로비 가능성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최 검사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안 위원장은 “검찰 반발은 충분히 예상했고, 당연히 그렇게 얘기할 만하다”면서도 “검찰이 잘했으면 이런 일은 안 생긴다. 이건 내 생각이 아니고 국민 생각이며, 개혁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가야 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두 검객 간의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최재경#안대희#검찰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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