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선거 삼켜버린 ‘야권단일화 블랙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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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협상 장기화 가능성… 이벤트정치-네거티브 우려

정치권의 관심이 일제히 19일 기자회견을 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쏠려 있다. 이날 안 원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대선 구도가 달라지게 된다. 이것이 대선을 3개월 앞둔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지난달 20일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를, 이달 16일 민주통합당이 문재인 후보를 대선주자로 확정하면서 대선 D―94일이 돼서야 양당의 대선 구도가 짜였지만 안 원장의 출마로 대선레이스는 다시 새로운 시간표를 짜야 한다.

야권의 단일화 이벤트는 더욱 안갯속이다. 문 후보나 안 원장 모두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여론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 이후까지 민심을 충분히 살핀 뒤 다음 달에야 후보 단일화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야권의 단일 후보가 확정되는 최종 시점은 후보 등록(11월 25, 26일) 전후가 될 수도 있어 단일화 이벤트가 정책대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문 후보는 새누리당의 전매특허인 일자리 창출을, 박 후보는 야권의 브랜드인 경제민주화를 제1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지금부터 구체적 해법을 놓고 양 진영이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대선 시나리오별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 머물고 있다.

야권의 단일화 협상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진행되고 파열음이 날수록 오히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선거의 역설’이다. 새누리당이 이를 권력 야합으로 몰아세우며 양 진영이 네거티브 전쟁을 벌이는 것도 불 보듯 뻔하다. 문 후보와 안 원장이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인다면 향후 일정을 사전에 밝히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치#야권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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