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손학규 후보 캠프의 김유정 대변인(가운데) 등이 5일 국회 정론관에서 모바일 투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손학규 김두관 후보가 5일 제주 울산 지역의 선거인단 3656명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후보는 6일로 예정된 광주·전남 경선부터 모바일 투개표를 전면 중단하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손 후보 캠프는 5일 성명을 내고 “모바일투표 초기 검증 결과 제주의 2879명, 울산의 777명이 규정에 정해진 만큼의 전화를 받지 못해 투표를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규는 모바일투표를 실시할 때 자동응답시스템(ARS)에서 첫째 날 2번, 둘째 날 3번 등 총 5번 전화를 걸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 경우 전체 모바일 선거인단의 8.7%,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모바일 선거인단의 21.1%가 규정만큼 투표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게 두 후보 주장이다. 이 중 122명은 한 번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 후보 캠프는 “투표의 정통성이 근본적으로 부정되는 사태이며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두 후보 측은 △모바일 투개표 중단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와 철저한 조사 및 검증 △선거인명부 관리업체 전면 조사 △당 지도부의 사과 및 임채정 당 선거관리위원장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승남 선관위 간사는 “확인 결과 모든 모바일 선거인단에 5번씩 전화 연결을 시도한 것은 명백하다”며 “수신거부 번호로 등록했거나 전화기를 꺼놓은 경우 수신이 안 될 수 있지만 이런 모바일의 특수성을 감안해 5회 전화를 걸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 후보 측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이날 끝낼 예정이었던 제주 울산 지역의 모바일투표 검증 작업도 연장됐다. 일각에서는 결선투표로 갈 경우 두 후보 중 누가 2위를 하든 현재 방식을 유지해서는 문재인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계속 모바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투표 등에서의 경선 불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이해찬 대표의 당내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열린 경남 경선에 불참한 것에 대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준비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는 경선 현장에서 자신을 향해 격하게 터져 나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여전하다.
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강기정 최고위원은 “6일 광주·전남 경선에서는 이 대표와 임 위원장이 모바일 투개표 검증 결과를 보고하고 경선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분명히 하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회의에선 당 쇄신론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상임고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까봐 이 대표가 상임고문단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 몇몇 상임고문이 모임을 갖고 다음 경선에서는 모바일투표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점과 당의 노선,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비판이 이어지면서 “경선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하던 이 대표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모바일경선을 할 때 표의 등가성 문제를 고려했어야 했다”며 일부 문제를 시인했다. 이 대표는 “지금 방식대로라면 당원들이 당비를 낼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모바일경선을 실시하되 전체의 30% 비율로 도입한다든가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서는 “화풀이 방식이 나이스하지(좋지) 못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특정 세력의 모바일투표 개입설에 대해서도 “투표자가 100만 명이 넘으면 조직이 안 통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 인혁당 사건을 예로 들면서 “법원 판결이 잘못돼 억울하게 사형당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또 “일자리 정책을 전담할 경제부총리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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