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비용을 국고로 보전 받는 본선과 달리 당내 경선 비용은 모두 후보자의 몫이다. 대선 비용 법정 제한액(18대 대선의 경우 559억7700만 원)의 5%인 약 28억 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지만 다들 “한참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 박근혜도 빠듯한 살림
새누리당 경선 주자들은 경선에 참여하면서 당에 2억5000만 원씩 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주자들은 기탁금 6000만 원을 더 냈다. 초기 비용은 대부분 빚으로 메웠다.
박근혜 의원은 서울 삼성동 자택을 담보로 1억2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여기에 지인에게 빌린 돈을 합쳐 기탁금과 캠프 사무실 보증금을 냈다. 330㎡(약 100평) 규모의 사무실 임차료와 기본 운영비도 매달 1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10차례의 합동연설회마다 새로 만드는 동영상과 21만 선거인단을 위한 홍보물 제작비도 만만찮다. 박 의원은 지난달 22일 후원회 계좌를 개설했고 24일부터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한 통화에 3000원을 내는 ‘개미 후원금’ 모금에 들어갔다. 2일까지 약 3억5000만 원을 모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2007년 경선에선 16억2341만 원을 썼고, 이 중 14억9751만 원을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후원금 계좌를 튼 지 얼마 안 된 측면도 있지만 2007년에 비하면 후원금 모금액이 훨씬 낮은 셈이다.
비박(비박근혜) 주자 측의 자금 사정은 더 열악하다. “후원금 사정을 봐 가며 어렵사리 캠프를 꾸려 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직장인 신용 대출로 1억 원을 마련해 캠프 사무실을 얻었다. 경선 기탁금은 지인에게 빌려서 냈다. 50여 명의 실무진은 모두 무급이다. 김태호 의원은 재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받았고, 나머지 비용은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살림살이가 빠듯하긴 마찬가지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퇴직할 때 일시불로 받은 공무원연금 2억 원과 지인들의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다. 임 전 실장 측은 “사무실 월세, 집기, 인건비 등 매달 기본 운영비만 4000만∼5000만 원”이라고 전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캠프 사무실을 임대료가 비싼 여의도가 아닌 서울 마포구에 마련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보통 기획사에 맡기는 동영상 제작도 자체적으로 했다.
○ 민주당 주자들도 열악
컷오프(예비경선)를 통과한 민주통합당 5명의 주자들이 이미 당에 제출한 기탁금은 4억 원(예비경선 1억 원+본경선 3억 원)이다. 하지만 경선이 아직 흥행몰이를 하지 못하면서 후원금이 기대만큼 걷히지 않고 있다.
한 주자 캠프에선 최근 회의석상에서 자금 부족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 캠프 관계자는 “안철수 변수 탓에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주자를 돕는 사람들이 ‘내 돈’을 쓰는 모험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의원은 공식 홈페이지에 매주 선거비용 및 정치자금 사용 명세를 공개하고 있다. 문 의원이 6일 공개한 후원금(6월 18일∼8월 5일)은 11억 원. 상대적으로 후원금이 많지만 캠프 관계자는 “총 후원금 한도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달 말까지 약 4억 원을 후원금으로 모았다. 예비경선 기탁금과 선관위 기탁금은 후원금으로 해결했지만 본경선 기탁금 3억 원은 빌려야 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측은 지금까지 걷힌 후원금 규모가 약 1억5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총 4억 원의 경선 기탁금 중 나머지 2억5000만 원가량은 김 전 지사의 출판기념회 수익금과 지인들에게서 빌린 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정세균 의원과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컷오프 통과 직후 단일화에 대해 논의한 것도 자금 부족 문제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대선 후보에 선출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3억 원씩 본경선 기탁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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