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우열]전방위 취재를 음모론 몰아… “바보는 늘 언론탓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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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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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 정치부 기자
최우열 정치부 기자
‘청와대 기획설’ ‘박지원 기획설’ ‘선관위 유출설’….

동아일보가 4·11총선 공천헌금 의혹을 처음 보도(2일자 A1면)한 뒤 여야 정치권에서 나도는 음모론만 해도 여러 가지다.

새누리당 내에선 “청와대에서 동아일보에 흘렸을 것”이라는 게 다수설로 주로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청와대 기획설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총선 공천을 주도한) 박 의원 측을 견제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흘렸다”는 얘기다. 여기에 친이(친이명박)계 기획설도 교묘히 결합된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경선주자들이 이를 이용해 활로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왜 하필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 보도가 나왔겠느냐는 음모적 시각이 깔려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3개월 조사→7월 30일 검찰 고발 및 수사 의뢰→검찰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보고 직후 언론 보도’라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도 돌아다닌다.

‘박지원 기획설’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방탄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논란을 일거에 뒤집기 위해 언론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설이다. 제보자인 정동근 씨(현영희 의원의 전 비서)가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도 그럴듯하게 가미됐다. 민주당은 6일 ‘새누리당의 사건 은폐설’도 제기했다. “최초 보도 사흘 전에 새누리당 지도부와 현 의원이 사건을 사전에 인지했고 검찰에서 은밀히 처리하려 했다”는 것.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보도 하루 전인 1일에야 지인으로부터 흘러가는 이야기를 제가 전해 듣고 확인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이런 음모론들은 각 정파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청와대와 박 의원 캠프를 이간할 수 있고, 박 의원 캠프로선 공천 문제에 대한 친박 진영 내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란 외부의 적을 찾는 격이다. 음모론 공방만 하는 사이 공천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꼼꼼히 되짚어 보거나 방탄 국회에 대해 반성할 시간은 다 흘러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걸핏하면 언론사들과 싸우는 데 전력을 다하는 정부 관계자들을 놓고 정치권에선 “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는 말이 유행어로 돈 적이 있었다.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며 취재원 찾기와 언론 보도 탓만 하는 현재의 여야도 참고할 만한 문구다. 동아일보는 어느 정파의 기획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2일자 보도는 이틀에 걸친 전방위 취재 결과일 뿐이다.

최우열 정치부 기자 dnsp@donga.com
#4·11총선 공천헌금#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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