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출마선언문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80번이나 사용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출마선언문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국가주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징한다. 박 전 대통령은 박 전 위원장의 자산이자 넘어서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대선 레이스를 통해 ‘미래 지도자 박근혜’로서 아버지 박정희를 뛰어넘는 ‘비욘드 박정희’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아버지 50년을 넘어, 새로운 50년의 초석
박 전 위원장의 출마선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앞부분에선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담았다. 그는 “저의 삶은 대한민국과 함께해 온 시간이었다”며 “어머니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아버지를 잃고, 당이 두 번이나 존폐의 위기를 맞고, 테러로 목숨까지 위험했을 때 늘 국민 여러분이 곁에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국민 단 한 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운영 비전을 제시한 뒷부분의 핵심은 ‘국가’에서 ‘국민’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포한 것이다. 이는 ‘국가’가 주도하는 ‘산업화’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 온 ‘박정희 시대’와 그 이후의 시대 변화에 대한 박 전 위원장 나름의 깊은 성찰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박 전 위원장은 “과거에는 국가의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의 고리가 끊어졌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시대이고, 국민 개개인의 잠재력과 끼가 발휘되어야만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시대인데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과 패러다임은 과거 방식 그대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도약의 1막을 아버지가 국가 주도의 산업화로 이뤄 냈다면 2막은 자신이 국민 중심으로 새롭게 가꿔 나가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그는 2007년 출마선언 때 “아버지 시대에 민주화 과정에서 고초를 겪은 이들에게 사과한다”는 ‘과거와의 화해’ 메시지를 담았지만 이번엔 언급하지 않았다.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박 전 위원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해 온 국민에게 특권을 돌려주는 것이 과거 피해를 받은 이들에게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5000만 국민 행복 플랜 수립
박 전 위원장은 “50년 전 (아버지가 구상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산업화의 기적을 이뤄 냈듯, ‘5000만 국민 행복 플랜’을 통해 앞으로 5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국민행복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캠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포함한 ‘비전 2030’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거라면 국민행복 플랜은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대국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차근차근 준비해 집권할 경우 1년차에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 대타협도 추진하겠다”며 증세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도 국민과 함께 국가대계를 수립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분야별로 대략적인 자신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
‘함께하는 행복교육’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교육분야에선 △영유아의 보육, 교육에 대한 국가지원체계 강화 △입시에 예속된 초·중등교육을 학생의 꿈과 끼를 살려 주는 교육으로 전환 △취업까지 책임지는 대학 책무성 강화 및 대학특성화 지원 △평생학습사회 구현 등이 언급됐다. 또 “남북간의 불신과 대결, 불확실성의 악순환을 끊고 신뢰와 평화의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겠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원칙하에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통합적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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