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검찰이 정당 가입이 금지돼 있는 교사 공무원 군인 입당자를 가려내 처벌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재향군인회 등 14개 보수단체 연합(호국안보단체협의회)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했지만 아직 수사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경우 2010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속 공무원 240여 명이 적발됐던 것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마음먹고 수사만 하면 불법으로 당비를 내온 공무원이나 교사를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이 확보한 당원 명부에는 당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직장 당비납부내용 탈당 여부 등이 모두 담겨 있어 대조만 해보면 금방 불법당원을 가려낼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이 수사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법규정 때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최초 수사 목적으로만 압수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원 명부는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해 압수된 것이어서 불법당원 문제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결국 검찰이 불법당원 혐의를 확인하려면 별도로 영장을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별도로 청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발장에 고발 대상이 특정돼 있지 않아 수사 대상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통진당 수사의 본질이 부정 경선이라는 점도 감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여러 이유로 불법당원 부분은 수사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검찰이 입증 증거가 담긴 ‘꽃놀이패’를 쥐고도 수사에 선을 긋는 것은 정치적 논란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경우 ‘진보정당 탄압’ 논란이 일어 경선 부정의 불법성을 규명하는 수사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경선 부정을 밝히는 데 통진당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압박용 카드로 불법당원 수사 문제를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당원 명부를 손에 쥐고 흔들고만 있어도 통진당에는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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