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IP로 10초간격 투표… 100% 몰표… 조직적 대리투표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檢, 통진 비례대표 경선 부정 수사… “총체적 부정선거 양상”

4일 검찰이 공개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투표와 관련한 인터넷 주소(IP) 분석 결과를 보면 선거 부정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석기 의원이 중복 IP에서 얻은 표는 2위보다 3600표나 많았다. 현대자동차의 한 공장에서 몰표를 받은 사실도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또 부산 광주 제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 전국적 부정투표 양상과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의 투표수가 1100표를 넘어선 점은 광범위한 부정경선이 이뤄졌다는 통진당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부정 선거 결과를 재확인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대리 투표를 주도한 인물을 찾아내 기소하는 데 향후 수사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검찰은 중복 투표가 발견된 IP 주소지가 소재한 관할지검 13곳으로 수사자료를 보내 13개 검찰청에서 동시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 온라인 투표수 절반이 동일 IP로 투표

검찰은 중복 IP 개수가 많은 상위 30위 이내를 조사한 결과 특정 후보 1명의 득표율이 100%인 사례 12건을 찾아냈다. 전남지역의 한 IP에서는 286명(최다) 모두 문경식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의 한 IP에서도 270명이 오옥만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부산과 광주에서도 각각 나순자 후보와 윤갑인재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사례가 드러났다. 나 후보는 경선에서 얻은 2965표 가운데 60%를 넘는 1796표를 중복 IP에서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IP로 중복투표가 일어났다고 해도 투표가 이뤄진 장소나 성격에 따라 전부 부정선거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은 중복 대리 투표 혐의가 짙은 사례를 다수 포착했다. 심지어 한 IP에서 10초 간격으로 반복적인 투표가 이뤄진 곳도 있었다. 또 한 IP에서 1분간 10차례에 가까운 투표가 이뤄진 사례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 고령 당원의 대리·유령투표 정황

검찰은 온라인 투표 참여 당원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고령자가 모두 1197명으로 드러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중에는 컴퓨터를 다루는 데 다소 익숙하지 않을 70세 이상이 305명, 80세 이상이 27명 포함됐다. 90세 이상 투표자도 2명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부모나 고령 노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대리투표를 진행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같은 주민등록번호로 이뤄진 투표수는 6건, 휴대전화 번호가 같은 투표수도 10건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성별이나 지역에 따른 주민등록번호 생성원리와 맞지 않는 번호를 등록한 뒤 투표한 사례와 존재하지 않는 휴대전화번호로 인증번호를 받아 투표한 사례도 각각 7건과 11건이 발견됐다. 통진당 진상조사위원회가 제기한 ‘유령당원’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 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투표자 중에 당비 1만 원을 낸 진성당원이지만 실제로는 명의만 빌려준 가짜 당원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 대목도 가려 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례대표 투표 시점에 임박해서 당비를 내고 투표한 당원이 있었다”고 전했다.

○ 검찰 “부정 주도한 세력 규명”

검찰 수사는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에 대리투표와 유령당원의 존재 등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정 경선을 주도한 세력의 실체를 규명해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리투표를 직접 한 당원을 찾아내고 처벌함과 동시에 이를 지시한 배후 규명에 최종 목표가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에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부정행위 유형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해 나갈 예정”이라며 “관련자들도 곧 소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중복 IP 투표 사례가 전국에 퍼져 있는 만큼 수사 관련 자료를 각 IP 소재지가 있는 전국 검찰청 13곳에 인계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통진당 진상조사특위의 1차 결과에서 확인된 현장투표 부정 의혹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통진당은 검찰 수사에 전면 불응하겠다고 맞섰다. 통진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이정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야권을 무력화하려는 검찰의 꼼수”라며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명확한 이상 통합진보당은 검찰의 모든 조사에 대해 불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 부정선거#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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