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통진 ‘심장’ 이어 당권파 ‘돈줄’ 확보… 판도라 상자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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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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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가 운영했던 선거기획사 CNC 압수수색

검찰 직원들이 1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개인 사무실인 서울 여의도의 CN커뮤니케이션즈 사무실에서 압수한 물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 직원들이 1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개인 사무실인 서울 여의도의 CN커뮤니케이션즈 사무실에서 압수한 물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24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설립한 선거홍보기획사 CN커뮤니케이션즈를 압수수색하면서 통진당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통진당의 심장’이라는 당원명부를 확보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검찰은 CN커뮤니케이션즈의 압수수색을 통해 ‘당권파의 돈줄’(비자금 저수지)까지 파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통진당을 지켜온 세력이 누구인지, 당권파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며 세력을 키워왔는지 그 실체가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 것이다.

○ 수사 초점은 당권파의 돈줄

2005년에 설립된 CN커뮤니케이션즈는 통진당 전신인 민주노동당 당 홍보 관련 업무를 독점하면서 성장해 왔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 지방선거에 나선 진보 성향 후보들의 홍보를 맡았고, 지난 4·11총선에서는 김선동 의원 등 통진당 후보들의 선거홍보로 돈을 벌어들였다. 이 의원은 전남을 방문해 장 교육감의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은 4월 총선에서 이 업체에 12억 원 상당의 홍보 일감을 몰아주기도 했다. 당권파인 이상규(서울 관악을) 오병윤(광주 서을) 김미희 의원(경기 성남 중원)과 낙선한 장원섭 후보(광주 광산갑)도 CN커뮤니케이션즈에 홍보를 맡겼다.

검찰은 CN커뮤니케이션즈의 성장이 통진당 당권파의 정치 활동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두 명의 장 교육감과 CN커뮤니케이션즈가 선거비용을 더 보전받기 위해 홍보비를 부풀리는 데 공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N커뮤니케이션즈가 선거비용을 우선 지원한 뒤 홍보비용을 부풀려 받아 갔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순천지청 관계자는 “압수수색 자료에서 홍보비용을 부풀려 지급한 단서가 나온다면 누구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CN커뮤니케이션즈가 선거홍보를 맡았던 통진당 당권파의 다른 의원들에게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결국 이번 압수수색은 표면적으로 진보교육감의 선거비용 부풀리기에 따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지만 본질은 통진당 당권파의 자금줄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 ‘통진당의 심장’ 확보한 검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지난달 21일 통진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으로 당원명부가 담긴 서버를 확보하고도 암호를 풀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24일 만인 14일 22만 명의 당원명부를 확보했다. 통진당이 “당의 심장”이라며 당원명부 압수수색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점으로 미뤄 검찰의 당원명부 확보가 통진당에 위협적인 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명부에는 통진당은 물론이고 통합 이전의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당원들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 번호, 입·탈당 시기, 당비 납부 계좌, 직장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당장 검찰은 비례대표 경선 과정의 불법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 규명을 목표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통진당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대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투표를 대신한 중복투표로 의심되는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같은 인터넷주소(IP)에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가 몰려 있는 경우를 중심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또 다른 고소 고발이나 정치권의 요구가 있어 계기가 마련된다면 부정경선에 동원된 유령 당원뿐 아니라 현행법을 어기고 통진당에 입당한 전교조 전공노 조직원까지 가려낼 수 있다. 이들의 실체가 드러나면 통진당을 지지하고 있는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석기#C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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