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은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의 수습책을 마련하려 했으나 ‘집단 폭행’이라는 참담한 사태로 막을 내렸다. 19대 국회에서 13석을 얻은 제3당이 가면 뒤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부정선거 파문으로 불거진 통진당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전은 이제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와 향후 대선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폭력 사태 다음 날인 13일에도 치열한 대립을 이어갔다. 심상정 공동대표 겸 중앙위 의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제 중앙위가 폭력으로 중단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진보정치의 낡은 관습과 유산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인터넷 전자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 등 중앙위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심 대표는 “14일 오전 10시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중앙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 당권파 300여 명 단상 몰려들어
12일 중앙위에서 당권파는 특유의 막가파식 행보를 보여줬다. 중앙위 의장인 심 대표가 오후 2시 개회를 선언하자마자 당권파 당원들과 참관인들은 ‘불법 중앙위 해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중앙위는 오후 9시 40분경 심 대표가 강령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순간 당권파 300여 명이 단상으로 몰려들어 대표단을 집단 구타하는 등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심 대표는 오후 11시 40분경 중앙위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강령 개정안은 통진당이 대변할 계층을 확대하는 내용을 기존 강령에 추가한 것으로 10일 열린 전국운영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12일 당권파의 타깃이 강령 개정안이 아니란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통진당 내에서도 비판론이 비등했다. 당권파가 비례대표 14번으로 영입한 서기호 전 판사조차 이날 트위터에서 “폭력 가담자에 대해선 단호한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남 공주시위원회는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진보정치에 대한 정치 테러”라고 비난했다.
○ 당권파의 적반하장
이날 중앙위에서 당권파는 적반하장식 언행을 이어갔다. 비례대표 경선에서 ‘유령 당원’이 대거 등장하는 등 ‘호적’에 해당하는 수만 명의 당원명부를 허위로 관리한 데 대해선 끝까지 부인하더니, 유독 비당권파 측 중앙위원 일부가 교체된 점을 꼬투리 잡아 회의 진행을 저지했다. 당권파들이 회의 내내 ‘불법 중앙위 해산하라’고 주장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당권파인 우위영 공동대변인은 “불법 교체 의혹이 있는 국민참여당계 중앙위원이 무더기 발견됐다. 당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중앙위원 전수조사 이후 다시 중앙위를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공동대표와 김용신 사무부총장이 몇 차례나 “문제없다”고 확인했지만 당권파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당권파 강제로 홈페이지 폐쇄
심 대표와 유 대표는 13일 오후 2시 반부터 중앙위 속개와 관련한 인터넷 토론회를 열었으나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이 강제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폐쇄해 중단됐다. 이를 둘러싸고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또 한 번 격하게 대립했다.
‘중앙위 이후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던 심 대표는 “중앙위는 정회 상태이므로 아직 공동대표”라며 인터넷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에 당권파인 김선동 의원과 이상규 김미희 오병윤 당선자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무자격자인 심상정 전 중앙위 의장에 의한 회의 소집은 원천 무효”라고 반발했다. 급기야 인터넷 토론회는 당권파가 강제로 홈페이지를 폐쇄하면서 도중에 끝났다. 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 출신 장 사무총장은 “중앙위를 전자회의로 대체하는 등의 모든 유사행위는 정당성이 없으며 가담자는 당규에 따라 엄격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통진당 폭력 사태에 대해 수사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활빈단(대표 홍정식)은 13일 “통진당 중앙위원회 회의 중 집단폭력 사태를 벌인 당원 200여 명 전원에 대해 사법처리를 요구한다”며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