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벼랑끝 내전]이해찬도…이상규도…‘외로운 처지’된 이정희

조수진기자 입력 2012-05-11 03:00수정 2015-05-2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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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에 희망 건다”던 이해찬 “통진당 석고대죄해야”
‘관악을 대타’ 당권파 이상규 “기능 다한 李대표 사퇴를”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와 관련해 당권파를 대표해 당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에 반발해온 이정희 공동대표가 안에도, 바깥에도 어디 한 곳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처지가 돼가고 있다. 당권파 핵심인 ‘경기동부연합’이 자파의 ‘얼굴’로 내세웠던 이 대표를 ‘팽’ 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몸통’인 이석기 비례대표 2번 당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당권파 이상규 당선자(서울 관악을)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기능을 상실한 이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며 공동대표단 사퇴를 주장했다. 비례대표 후보 사퇴에 대해선 당원 총투표로 결정하자고 요구했다. 이 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석기 당선자가 제안한 당원 총투표를 수용하라고 촉구한 것. 이상규 당선자는 4·11총선 직전 민주통합당과 통진당의 후보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으로 사퇴한 이 대표의 ‘대타’로 투입돼 당선됐다.

당 안팎에선 “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이 이정희를 희생양으로 삼아 이석기를 구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상규 당선자가 이 대표를 향해 “정치적 기능 상실”이란 표현까지 썼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다했으니 버리겠다”는 ‘토사구팽’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외곽에서 이 대표의 후원인 역할을 해온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도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고문은 이날 전남대 강연을 위해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통진당 사태에 대해 “상식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상처인 만큼 국민과 유권자로부터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분명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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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문은 그간 이 대표의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였다. 이 고문은 평소 사석에서 ‘가장 기대가 큰 후배 정치인’으로 주저 없이 이 대표를 꼽았다. 2010년 발간된 이 대표의 책 ‘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 추천사에서는 “1988년 13대 국회 때 노무현 의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불의에 분노할 줄 알고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의 아픔을 함께할 줄 안다”고 극찬했다. “10년을 한결같이 활동한다면 이 나라의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에게 큰 희망을 건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출마하려던 서울 관악을은 이 고문이 내리 5선(13∼17대 국회의원)을 한 곳이다.

▼ “당권파 ‘몸통’이석기 구하려 꼬리자르기” ▼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도 당권파의 최선두에 서서 상식과 합리에 저항했다. 그는 오전 당대표단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전국운영위원회(5일)에서 ‘의장 자리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은 마지막’이라고 했던 것은 ‘사회권을 양도한다는 뜻’이라고 심상정 공동대표에게 (별도로) 얘기했다. 심 대표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감정이 북받쳐 ‘마지막 자리가 되겠다’고 말씀드리면서 제 뜻이 과도하게 표현된 점이 있지만 그날 회의 이후 (저의) 대표 임기 중에는 운영위가 없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오후에 열린 전국운영위에선 일부 운영위원들이 “정치인의 발언은 천금같이 무겁다. 6일 이 대표실에서 보도자료까지 내지 않았느냐”며 의장직 수행에 반대하자 “보도자료는 실무적인 착오다. 실무적인 부분까지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 감성적 표현으로 원래 뜻과 다르게 전달돼 혼란을 드렸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의 ‘의장 사퇴’ 논란의 경위는 이렇다. 그는 5일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전국운영위에서 “당의 공식석상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라며 의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이후 회의는 유시민 공동대표가 의장을 맡아 진행했다. 이튿날 이 대표 측은 ‘전국운영위 의장 사퇴 및 퇴장 발언’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동아일보 DB
그가 스스로 발언을 뒤집으면서까지 의장직을 고수한 것은 비당권파가 추진 중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계파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자신은 망가지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끝까지 지저분하게 군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라며 이 대표의 태도를 비판했다. 계파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를 고집하면서 이 대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채널A 영상] 이정희 “소중한 우리 당원들, 함부로 의심말라”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통합진보당#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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