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벼랑끝 내전]의장직 움켜쥔 이정희, 입 열 때마다 자충수… 억지… 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 통진당, 오늘 전국운영委서도 또 날밤 새우나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연일 자충수를 두고 있다. 입을 열수록 4·11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의 부정을 스스로 시인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장투표 중 부정이 일부 있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부정덩어리로 통합진보당 전체가 오명을 뒤집어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에 대해서는 “전면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내 화합 가능성이 굉장히 적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부정투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은 2∼6장씩 뭉텅이로 들어간 투표용지와 경북 현장투표소에서 투표관리인의 서명 이상으로 무효 처리된 몇 개의 투표함이다. 결국 부정 의혹에 휩싸인 사례를 적시하면서도 “조사 방식이 부실하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격이다.

[채널A 영상] 이정희 “무효표 170표 공동대표단 합의로 그냥 넘어가”

이 대표는 전날 당권파가 단독 개최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거제 현장투표에서 무효표 170표가 나왔는데도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위해 공동대표단 합의로 그냥 넘어갔다”고 고백했다. 그 결과 민주노총 위원장인 이영희 후보가 비례대표 8번을 받고 노항래 후보가 10번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이석기 당선자에 대한 IP 중복투표가 60%였다는 얘기도 이 대표 입에서 나왔다.

당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마녀사냥’이라고 몰아붙인 당권파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비당권파이자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총체적 관리 부실에 따른 부실·부정선거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정파 위에 당이 있고 당 위에 국민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현장 투표 기준으로 비례대표 경선 당시 무효로 처리된 표가 전체 유효표의 24.2%나 됐다. 4표 중 1표꼴로 무효표였다는 것으로 그만큼 선거과정 자체가 부실·부정 덩어리였다는 의미다.

10일 열리는 전국운영위원회에서도 당권파는 비당권파의 의사진행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전국운영위 의장직 사퇴 의사를 번복했다. 그는 5일 새벽 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당의 공식석상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라며 의장직 사퇴를 선언했지만 말을 바꿨다.

비당권파는 전국운영위에서 현장 발의 형식으로 현 지도부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다. 반면 당권파는 비례대표 후보 사퇴 문제를 전체 당원에게 묻는 안을 전국운영위에 상정해 12일 중앙위원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구상이다. 당원 총투표안이 운영위를 거쳐 중앙위에서 인준돼 실제 투표에 들어가면 5일 전국운영위에서 통과된 대표단·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권고안을 무효화할 수도 있다.

통진당은 민주노동당(NL·민족해방계열)과 국민참여당(친노무현 그룹), 진보신당 탈당파(PD·민중민주계열)가 모인 정당이다. 이 중 당권파는 민노당 주류인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이고 나머지는 비당권파로 분류된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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